잠옷 갈아입는 손녀 방 불쑥 들어온 조부 "내 집인데 뭐? 네가 조심해"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독재자처럼 집안을 군림하는 할아버지 때문에 고민이라는 여대생의 사연에 이목이 쏠린다.

14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할아버지, 부모님, 남동생 등 3대가 모여서 산다는 20대 A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 씨에 따르면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여긴 할아버지 집이다.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신혼일 때 아버지 명의로 집을 마련해줬고, 그때부터 함께 살았다. 집에서는 할아버지 말이 곧 법이었다. 집에 낯선 사람을 들이지 말라고 해서 여태까지 살면서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없다.

할아버지는 밖에서 사 온 음식도 입에 안 맞는다며 먹지 않는다. 이에 A 씨 어머니가 매 끼니를 차려주고 있다.

A 씨는 "무조건 할아버지 밥은 차려드려야 했다. 고등학생 때 친구랑 놀고 있는데 할아버지 밥 안 차려준다고 아빠가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가 저한테 전화해서 '집으로 가라' 그래서 진짜로 놀다가 집으로 가고. 입도 짧으셔서 한 번 젓가락 댄 건 절대 손 안 대신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일을 시작한 A 씨 어머니는 점심, 저녁을 다른 메뉴로 만들어놓고 출근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아침에 만들어놨던 음식을 다시 데워먹기 싫다. 자고로 음식은 바로 만들어 먹어야지"라며 손도 안 대고 밥에 물만 말아서 먹었다.

딸인 고모에게 할아버지는 "내가 집도 줬는데 얘네들은 밥도 안 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A 씨와 남동생이 번갈아 가며 할아버지 식사를 챙겨주고 있다.

문제는 할아버지가 동네에서도 유명 인사라는 점이다. 카페, 편의점, 갈 때마다 키오스크 사용할 줄 모른다며 사용하지 않으려 하거나 직원에게 화를 낸다. 편의점에서 "물 좀 줘. 우유 좀 줘"라고 했고, "직접 갖고 와야 한다"는 직원의 말에 "야. 나한테 명령하지 마"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할아버지에게 팔순 때 외식을 제안했지만 거절했고, 결국 A 씨 어머니가 12첩 반상을 차려야 했다. 얼마 뒤 고모가 전화해서는 "우리 아빠한테 미역국도 안 끓여줬다며?"라고 이야기했다.

얼마 전에는 A 씨마저 황당한 일을 겪었다. A 씨는 "자려고 잠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오신 거다. 그래서 (제 신체를) 본 거다. 그래 놓고서는 '못 본 걸로 하겠다' 하고 가셔서 제가 '다 큰 손녀 방이니까 노크 좀 부탁드린다' 했더니 '내 집인데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엄마한테 얘기 드렸더니 엄마도 한숨 쉬면서 '그냥 포기하라고 어쩔 수 없다'고"라며 속상해했다.

그를 더 황당하게 만든 건 할아버지의 태도였다. 무턱대고 손님 방에 들어와서 본 건 할아버지인데 "조심해. 오늘만 못 본 걸로 할게'라며 큰소리를 쳤다.

할아버지는 세수하는 남동생 옆에서 소변을 보고 나가는 일도 몇 번 있었다.

결국 남매는 방이나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문을 잠그는 습관까지 생겼다. 할아버지는 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못마땅해하는 상황이다.

이번 추석 연휴 때는 며느리와 손주끼리 대놓고 비교했다. 손주에게 "눈썹 부족해서 자식 복 없겠다"라는 평가를 했다.

그런데도 집안 사람 누구도 할아버지 말에는 토를 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사실 어른을 모시는 건 귀한 가치다. 가능하면 모시면 좋다. 서로서로 존중해서 모두 함께 행복할 때다. 중요한 건 서로의 경계가 있어야 하는데 경계 없이 독재적인 군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버님이 내면화된 복종 수준이다. 이 문제도 회피하고 무기력한 모습도 보이는데 아버지는 본인의 아버지니까 그렇다 치는데 며느리는 평생을 희생하고 욕먹고 있다. 자녀들에게도 아버지의 복종이 그대로 세대 전이가 될 수 있다. 안타깝지만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독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주 찾아뵙는 구조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