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납치·감금 속 민간이 나섰다…한인구조단·천마 등 구조 활동

정부 대응 공백 메우는 민간 구조…"현시점에선 긍정적 평가"

지난11일 캄보디아 AKP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이 살인과 사기 혐의로 A씨 등 30에서 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8월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KP통신 홈페이지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2025.10.13/뉴스1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최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 납치·감금·폭행 등 강력 범죄 제보가 잇따르는 가운데, 민간 차원의 구조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공식 수사기관이나 외교 당국의 더딘 대응에 실망한 피해자 가족들이 민간 구조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범죄조직에 납치됐다 고문 끝에 숨진 사건이 알려진 이후, 사기·위장 취업·불법 감금 등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수사기관의 대응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망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캄보디아 현지 당국과의 협조가 쉽지 않은 현실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공적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민간 차원의 대응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사단법인 '한인구조단'은 해외에서 어려움에 처한 한인들을 구조하고 안전하게 국내로 송환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 단체는 캄보디아 한인회 등과 협력해 한인 구조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구조단에 따르면, 올해 2월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높은 페이·숙식 제공·항공권 지급' 등의 조건으로 해외 취업을 제안받고 캄보디아로 향했으나, 현지에 도착한 뒤 감금과 협박, 불법 노동을 강요당했던 20대 후반의 한인 청년을 구조하기도 했다.

SNS상에서는 정보 공유를 넘어 직접 피해자를 찾아 구조하겠다는 민간 구조 활동가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텔레그램 채널 '범죄와의 전쟁2'를 운영하는 '천마'는 지난 5월부터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마약, 보이스피싱, 성매매 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사진과 여권 사본 등 신상 정보를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특히 '천마'는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박 모 씨(22) 사건과 관련해 박 씨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하는 영상 등을 최초로 공개해 사건의 심각성을 국내에 알리기도 했다.

현지 수사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활동이 공권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피해자 구조를 위한 실질적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피해자나 그 가족들의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 구조 활동가들이 신상 공개에 나설 경우, 명예훼손이나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적 제재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는 민간 구조 활동이 공적 대응의 부재를 보완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자칫 활동 방식에 따라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이 하게 된 상황"이라며 "자국민 보호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 정보 수집과 정보 분석, 정보 판단, 사전 대비·대응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국정원, 외교부, 경찰청의 합작 실패"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시점에서는 민간의 대응을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지만, 만약 다른 상업적 행위와 연동된다면 불거지는 법적 책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며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 등 추가적인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위험성을 강조했다.

k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