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박진희, '尹격노-외압' 연결 차단시도…특검, 허위 확인 집중

李·朴, 尹격노↔이첩보류·혐의자 축소 연관성 차단시도 정황
특검, 박진희 모해위증 혐의 입건…조직적 진술조작 정황 수사

왼쪽부터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육군 소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출범 3개월을 맞은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육군 소장),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이 장기간 진술을 맞춘 것 아닌지 의심하며 허위 진술을 집중적으로 재확인하고 있다.

3일 뉴스1은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대령) 항명 혐의 1심 공판 기록, 통신기록, 특검 수사 상황 등을 토대로 2023년 7월 30일부터 8월 20일까지 상황에 대해 각 피의자 및 관련자들이 내놓은 진술을 재구성했다.

박 전 보좌관은 2023년 7월 31일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와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등 지시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알리바이를 개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전 장관 측은 VIP격노와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업무 복귀 사이의 연결 관계를 끊기 위한 알리바이를 거듭 주장하고 있으나 김 전 사령관의 진술과 모순을 보였다.

아울러 이 전 장관 측은 이첩 보류 지시의 배경에 현장 통제 간부 2명의 혐의 적용이 부적절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특검은 국방부조사본부 재검토 과정에서 해당 인원들이 제외됐음에도 거듭 압력이 가해진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팀은 박 전 보좌관을 수사외압 의혹의 직권남용 혐의와 함께 모해위증죄도 적용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진희 "장관 이첩보류 가능하다 보고"…'尹 격노' 연결 차단 시도
윤석열 전 대통령. 2024.4.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대통령실 제공)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한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유선전화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3분 가까이 대화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 통화로부터 14초 뒤 박 전 보좌관 휴대전화로 김 전 사령관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순직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 등을 지시했다.

박 전 보좌관은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통화가 있던 당일 오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실 권 모 중령의 장관 이첩 보류 권한 관련 검토 내용을 보고받았고, 이를 윤 전 대통령 통화 이전에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검찰 진술서에서 "오찬 이동 중 '현장 통제 간부까지 경찰에 이첩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을 전했고 장관도 '현장 통제 간부들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장관이 이첩을 보류하는 것이 가능한지 물었다"면서 "'장관의 지휘·감독 권한으로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이첩 보류를 할 수 있다'는 법무장교 답변을 보고했다. 이후 오찬장에서 장관이 이첩 보류와 국회 설명 취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전 보좌관은 또 박 대령 재판에서 오찬 이동 중 이첩 보류 권한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사실을 당시는 몰랐고, 자신은 이 전 장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하려고 하기에 김 전 사령관과의 전화 연결을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종합하면 박 전 보좌관의 주장은 △이 전 장관이 이첩 보류를 이미 고민했고 △장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할 권한이 있음을 알고 이를 지시하려 할 때 마침 대통령에게 전화가 왔기 때문에 △대통령의 격노가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작 박 전 보좌관에게 장관의 이첩 보류 권한을 보고했다는 권 중령은 특검 조사에서 '이 전 장관과 윤 전 대통령이 통화한 이후에 검토 보고를 했을 수 있다. 기억이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진술해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통화기록에서도 박 전 보좌관과 권 중령 사이의 연락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을 볼 수 있다.

박 전 보좌관은 이 전 장관과 김 전 사령관 통화 종료로부터 약 10분 뒤인 오후 12시 18분쯤 권 중령에게 전화를 걸어 14초 동안 통화한 이후 2분 뒤 다시 권 중령에게 전화해 1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이후 권 중령은 이 전 장관 주재 긴급 토의에 참석할 예정이던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4분 가까이 통화하고 수차례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 유 전 관리관은 같은날 오후 1시 30분쯤 이 전 장관 주재 회의에 참석해 장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할 권한이 있다고 보고했다.

'초급간부' 때문에 이첩보류?…조사본부서 제외해도 압박 지속
왼쪽부터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2024.7.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 전 장관은 순직사건 혐의자 8명 중 현장통제임무를 맡은 '초급간부 2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 판단하기 위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국방부검찰단이 2023년 8월 2일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한 순직사건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이후 기록 재검토 닷새 만인 같은 달 14일 '사망사고 관계자별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의 단서가 되는 정황 판단'이라는 이름의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특정하고 이 전 장관이 '초급간부 2명'으로 언급한 해병 여군 중위와 여군 상사를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박진희 전 보좌관이 해당 보고서가 작성된 이후 조사본부 고위 간부인 김 모 대령에게 전화해 "본문 수정할 것을 제가 불러 드리겠다"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4명은 현재 수사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작성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파악했다.

김 대령은 박 전 보좌관에게 이 전 장관이 수정해 준 내용이냐고 물었고 박 전 보좌관은 이에 긍정했다고 한다.

박 전 보좌관은 해당 통화를 비롯해 조사본부의 재검토 기간동안 60여 차례 김 대령에게 전화해 수사기록 수정과 관련한 장관 지시 사항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초급간부 혐의 적용을 문제로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이 전 장관 주장이 수사외압 의혹 확산 이후 만든 논리로 보고 있다.

이종섭 측 "尹 통화 직후 임성근 복귀 지시 안 했다" vs 김계환 "지시했다"
해병대원 순직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 사무실에 신속 결정 요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방문했으나 출입을 거부당했다. 2025.7.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 전 장관 측은 7월 31일 격노한 윤 전 대통령 전화 직후 임 전 사단장의 업무복귀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장관 측은 본보의 '임성근 인사조치 보고 받은 이종섭…복귀 지시 배경은 尹 격노?' 기사에 반론을 제기하며 "7월 31일 오전 11시 56분 대통령과의 통화 후에 해병대사령관에게 이첩 보류 지시를 한 것은 사실이나, 그 지시를 하면서 임 사단장에 대한 직무 복귀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전 사령관이 오후 1시 30분 장관 회의 전 임 전 사단장의 파견명령 유지 여부를 물어 '정상 출근'을 지시했다. 박진희 전 보좌관 통신기록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면서 "7월 30일 장관 보고 당시 김 전 사령관이 장관에게 사단장 교체 건의와 함께 임 전 사단장을 분리 파견 명령을 하겠다고 보고했는지 이 전 장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의를 표명하고 분리 파견 명령을 받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휴가 처리 및 직무복귀가 윤 전 대통령의 격노와 서로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 전 사령관은 앞서 군검찰 조사와 박 대령 재판에서 7월 31일 오후 12시를 전후해 이뤄진 이 전 장관과의 세 차례 통화에서 이첩 보류, 언론·국회 브리핑 취소 지시와 함께 임 전 사단장의 정상 출근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또 장관 보고 당시 이 전 장관을 독대해 해병대1사단장 관련 인사 조치 계획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해병대사령부는 7월 31일 오전 임 전 사단장을 해병대1사단에서 사령부로 분리 파견하는 명령을 내린 사실이 있다. 명령 결재자는 정종범 당시 해병대부사령관과 김 전 사령관이다.

아울러 김 전 사령관이 2023년 7월 31일 오후 12시를 넘어 박 전 보좌관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