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차단 시점·현장 인력 '오락가락'…국정자원 화재 미스터리
배터리 전원 차단 했는데 불꽃 '왜'…정밀 감식 중
현장 인원 '13→8→15명' 번복…경찰 수사 본격화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가자원) 전산실 화재 발생 엿새째, 일부 정부 시스템이 복구되고 경찰 수사도 본격화되는 가운데 배터리 전원 차단과 현장 인력 규모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화재는 9월 26일 오후 8시 15분께 시작됐다.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7-1 전산실에서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서버와의 이격을 위해 지하로 옮기는 과정에 배터리 한 개에서 불꽃이 튀었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져 배터리 384개와 전산장비 740대를 전소시켰고, 직접 피해 96개 시스템에 더해 2~4층 전산실 선제 차단이 겹치며 총 647개 정부 서비스가 멈췄다.
당초 전산실 내 배터리팩 384개를 6개 조로 나눠 옮기기로 하고, 우선 1개 조를 지하로 이전 완료한 상태였다. 화재 당일은 2번째 조에 대한 작업이 이뤄지던 중이었다.
행안부 설명에 따르면 작업팀은 오후 7시 10분 배터리 전원을 내리고 30분을 대기한 뒤 7시 50분부터 배터리와 케이블 분리 작업을 시작했다. 국정자원 측도 같은 취지로 "작업 전 전원을 차단하고 40분쯤 지나 불꽃이 튀었다"고 밝혔다. 작업자들 역시 경찰에 전원을 내린 상태에서 작업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직후 오후 8시 20분 최초 신고가 접수되고 6분 뒤 소방 선발대가 도착했다. 초기에는 연소 확대 우려가 크지 않다고 보고 인명 검색을 우선했다. 당시 작업자 한 명은 팔과 얼굴에 1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산실에는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 대신 가스계 소화설비가 설치돼 화재 직후 자동으로 작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직원들도 화재 초기 비치된 할론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고, 소방대 역시 서버 보호를 이유로 대량의 물 분사(주수)를 할 수 없어 할론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지만, 7분 뒤 배터리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1시 2분, 소방 지휘 요청으로 5층 전산실의 일반전원이 내려갔다. 소방 측은 "대원 감전 위험을 막기 위한 전산실 전체 전기 차단으로, 배터리 전원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불길은 다음날인 27일 오전 6시 30분에야 초진됐다. 이후 27일 오후 9시 36분까지 전소된 배터리 384개가 반출됐고, 발화 지점 추정 배터리 6개는 순차적으로 잔류 전기 안정화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돼 정밀 감식이 진행 중이다.
사고 당시 현장 인력 규모를 놓고도 정부 설명은 오락가락했다. 행안부는 29일 오전 중대본을 통해 '작업자 13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지만, 같은날 오후 이재용 국정자원 원은 '8명'으로 정정했다. 이후 30일 이 원장은 다시 "현장에 있었던 인원은 담당 공무원 1명, 방제실 직원 5명, 감리인 1명, 작업자 8명 등 총 15명으로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CCTV를 비롯해 지금까지 조사한 참고인을 포함해 현장에 있었던 인력이 모두 11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1일 화재와 관련해 당시 현장 책임자와 작업자 등 4명을 업무상실화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본격화했다.
발화 원인에는 여러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제가 된 배터리는 2014년 생산품으로 권장 사용연한 10년을 넘겼고, 지난해 교체 권고도 있었다. 다만 연한이 지났다고 해서 곧바로 화재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작업 과정에서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거나, 분리·이관 중 충격으로 외피가 손상돼 공기와 접촉했을 가능성, 배터리 자체 결함 가능성도 함께 조사되고 있다.
경찰은 작업 과정에서 전동드라이버가 사용됐는지도 조사 중이다. 안전 매뉴얼 준수 의혹에 대해 이 원장은 "전동 드라이버 사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감식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전 매뉴얼은 전문업체 슈퍼바이저의 감독 아래 작업이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초동 진화 선택과 재발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산실에 흔히 비치되는 할론 소화기는 잔재가 적어 데이터 보호에 유리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방 측 설명에 따르면 현재 공인된 '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 체계는 사실상 부재하며, 현실적 대응은 침수·냉각·격리에 가깝다.
국정자원의 최근 5년(2021~2025년)간 화재안전조사는 지난 5월 단 한 차례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실시된 화재안전조사에서도 불이 난 5층 전산실은 보안을 이유로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소방 측은 "국정자원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연 2회 자체점검을 하고 있으며, 외주 소방점검업체 위탁을 통해 올해도 점검을 2번 했다"고 설명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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