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로 된 배너에 범퍼 살짝 스쳤는데 50만원 요구한 벤츠 S클래스 차주

불법 광고물 설치한 주점 업주는 차주 친구…누리꾼 "짜고 친 고스톱"

(보배드림 갈무리)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비닐 배너에 살짝 스쳤는데 일주일 치 벌이를 고스란히 뜯겼다"

생계를 위해 투잡으로 저녁에 대리운전하던 50대 운전기사가 불법 광고물에 차량이 닿았다는 이유로 현금 합의를 강요당했다. 해당 입간판을 설치한 업주와 벤츠 S 클래스 차주가 친구 사이인 것으로 밝혀져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따르면, 50대 남성 A 씨는 지난 8월 말 수원 율전동에서 대리운전 주차를 하던 중 도로에 세워진 불법 광고물과 뒤 범퍼가 살짝 닿았다.

하지만 A 씨뿐만 아니라 고객과 동승한 여자 친구조차도 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냥 스친 수준이었기에 그 순간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십여 분 뒤 A 씨는 고객으로부터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억울함을 호소 했으나 흥분한 고객과 대화가 잘되지 않아 결국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사고접수를 했고 얼마 뒤 출동한 보험사 기사는 차량 범퍼와 언제 났을지 모를 기존에 있던 흠집까지 모두 촬영해 기록한 뒤 현장을 떠났다.

이후 보험사 측은 "차량과 물체가 접촉한 사실이 있다면 보상해야 한다"며 현금 50만 원에 합의를 권유했다. 황당했지만 대리운전 기사 경력에 악영향이 염려스러웠던 A 씨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재합의를 거쳐 30만 원을 송금했다.

A 씨는 "30만 원은 정말 피 같은 돈이다. 내가 밤잠 줄이며 일주일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는 그 고객, 그리고 보험사 담당자들도 내 편이 아니었다. 배너와 접촉한다고 해서 어떻게 차량에 기스가 날 수가 있겠나. 이러한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후 A 씨는 사건 경위를 따져보던 중, 길가에 무단으로 설치된 불법 광고물 주점 업주와 차량 차주가 친구 사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A 씨는 "이후 해당 광고물이 불법으로 설치된 것임을 확인하고 안전신문고와 수원시청에 신고했고, 불법 광고물로 행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씁쓸해했다.

끝으로 A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세상에는 법과 원칙이 있으므로 그 말이 팩트이고 현실이다. 하지만 기본과 상식, 양심과 배려, 그리고 도덕 또한 존재한다. 비록 현재 대리운전하며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지만, 나는 오십 평생 그렇게 살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차주와 불법 배너 설치한 사람이 친구라는 게 키 포인트 아닌가?", "벤츠 S 클래스 타면서 대리운전기사한테 그런 식으로 30만 원 뜯어내고 싶냐?", "인생은 부메랑이다. 돌려받을 것", "바람 불어 뼈 다쳤다고 국가를 상대로 치료비 청구할 인간들",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 등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도로법 제48조에 따르면 도로에 설치된 광고물은 안전과 미관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무단 설치 시 불법으로 간주한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39조 제1항은 광고물이나 구조물이 도로 안전에 영향을 줄 경우 철거나 이동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