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 '셧다운'…민원·금융 대란 우려

총리실 등 부처 홈페이지 먹통…우체국, 소방도 차질
복구 작업 착수도 못해…'정부판 카카오 사태' 비판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 시스템 647개가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에 무인민원발급기 이용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2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정부 전산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중단되면서 행정서비스 전반에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체국 금융·우편과 정부24 같은 핵심 행정서비스가 멈춘 가운데, 월요일부터는 창구·민원 업무에 대규모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오후 8시15분께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UPS(무정전전원장치)실에서 배터리 교체 작업 중 불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60여 대와 인력 170여 명을 투입해 10시간 가까운 진화 끝에 27일 오전 6시30분께 초진에 성공했다. 그러나 항온·항습기가 꺼지면서 서버 과열을 막기 위해 본원 전체 시스템 전원을 내린 상태다.

이로 인해 1등급 12개, 2등급 58개 등 총 70개 핵심 서비스가 직접 장애를 입었다. 주민등록등본 등 전자민원 발급이 중단된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행정심판시스템, 청렴포털 등이 포함된다.

불편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소방청은 "119 전화 신고는 가능하지만 영상·문자 신고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체국 금융·우편 서비스도 정상 가동되지 못해 추석 연휴 직전 창구 업무와 배송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사실상 대다수 정부부처 홈페이지와 주요 시스템이 셧다운 상태다. 화재로 인해 대외 서비스는 물론 내부 업무 전산망인 '온나라시스템'도 마비돼 접속이 불가능하다. 전 부처의 문서 작성과 결재, 보고 등 행정 업무를 통합해 처리하는 핵심 전산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열린재정과 국가재정관리시스템(디브레인)이 멈췄고, 조달청의 나라장터도 불통이다. 통계청 역시 국가통계포털(KOSIS) 등 주요 데이터 서비스가 중단됐다. 교육부의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역시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디지털 원패스 로그인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이날 오전 화재 관련 브리핑에서 복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2년 전 정부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발표했던) 3시간 내 복구를 목표로 한 적이 있으나, 이번 장애는 화재로 인한 것이라 상황이 다르다"며 "아직 열기가 빠지지 않아 복구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고, 우체국 등 주요 서비스도 안전 점검 후 재가동 여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섣불리 시점을 말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라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도 "항온·항습 장치가 정상화되면 장애 수가 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완료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27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의 모습. 전산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지난 26일 오후 배터리 교체 작업 중 화재가 발생, 정부 온라인 서비스 70개가 마비됐다. 2025.9.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현재까지 화재 원인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은 "배터리 교체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한 것은 확인됐지만,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왜 발화했는지는 국과수 감식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허술한 재난복구 체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정자원은 서버 DR(재난복구)은 일부 마련했지만 클라우드 DR은 구축이 완료되지 않았다. 대규모 클라우드 환경에서 이중화 체계가 필수적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지연돼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졌을 때 민간 기업의 이중화 부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 전산망이 똑같은 허점을 드러내면서 '정부판 카카오 사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그러나 월요일(29일)까지 복구가 되지 않으면 금융·우편 창구와 각종 민원서비스 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국민 불편 최소화를 거듭 약속했지만, 복구 시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