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토하는 알몸 남성 폭행하며 "이 꼴 날래?"…감금 끝에 1억 빚 안은 청년
부친 교통사고로 가장 된 20대…'고액 알바' 제안 수락, 거액 갈취당해
주범은 또 다른 범죄로 구속 상태…지인 여자 친구 성폭행 등 혐의도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찾아갔던 곳에서 감금과 폭행을 당하며 1억 원이 넘는 빚까지 떠안게 된 20대 청년의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23일 JTBC '사건반장'은 3년 전 인천시의 한 빌라에서 2001년생 정 모 씨 일당에게 금전 갈취를 당한 피해자 A 씨의 사연을 전했다.
광주에 사는 A 씨는 2022년 아버지가 큰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마비 판정을 받으면서 어머니까지 24시간 간병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사실상 집안의 가장이 됐다. 막대한 치료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대학을 자퇴하고 알바로 생활비를 벌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고액 알바를 소개해 주겠다. 인천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던 A 씨는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건 일자리가 아닌 지옥 같은 폭력 현장이었다. 빌라 안에는 한 남성이 나체 상태로 피를 토하며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가해자 정 씨는 "이 꼴 나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며 협박하고 폭행을 시작했다. 또 신분증을 빼앗은 뒤 "집 주소도 모두 알고 있으니 수작을 부리면 죽이겠다. 도망칠 생각도 하지 마라"라고 협박하며 A 씨를 일주일간 감금했다.
정 씨 일당이 A 씨를 감금한 이유는 돈을 뺏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A 씨에게 전세자금 대출, 고금리 신용대출, 심지어 '휴대전화 깡'까지 시켰다. 주로 비대면 대출을 노렸고, 얼굴 인식이 필요할 때만 피해자를 대면하게 했고, 이를 거부하거나 망설일 때마다 폭행이 이어졌다. 결국 감금당한 일주일 동안 A 씨는 1억1000만 원의 빚을 떠안아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A 씨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가해자들이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 공포감에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을뿐더러 이자를 갚지 못해 집으로 독촉장이 날아들었음에도 부모님에게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가 진실을 털어놓은 건 2023년 12월, 주범 정 씨가 또 다른 범죄로 구속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였다. 정 씨는 임신한 여자 친구를 폭행하고, 지인의 여자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까지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삶은 현재 벼랑 끝에 놓여있다. 일부 빚은 갚았지만 가압류 독촉장이 계속 날아들고, 대출금이 자산으로 잡히면서 부모님이 차상위 계층으로 분류돼 지원받던 의료혜택마저 끊겼기며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에 대해 양지열 변호사는 "대출 과정을 무효로 돌릴 방법은 없는지 법원에 소송 구조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게 안 되면 차라리 파산이나 개인 회생을 하는 편이 낫다. 1억 원이 넘는 돈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청년이 어떻게 갚을 수가 있겠냐. 대출 자체를 사채업자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방법으로 탕감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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