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사기당해 1.5억 갚아줬는데 재산 분할은 반반…이런 경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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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아내가 사기당한 금액을 모두 대신 갚아줬다면, 이혼 시 재산분할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지난 21일 양나래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는 결혼 20년 만에 이혼하게 된 남성 A 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그는 이혼 조정 절차를 다 마쳤지만,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에 사연을 보냈다고 한다.

먼저 A 씨는 이혼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아내의 SNS 사기 때문이다. 아내가 틱톡에 가입한 이후 매일 틱톡만 보더라. 그러다 어느 날 큰일 났다는 표정으로 얘기 좀 하자길래 들었더니, 아내가 틱톡에서 유명 연예인을 사칭하는 계정에 속아 사기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내가 사기당한 금액은 무려 1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아내는 적금 통장, 퇴직금, 대출 등을 모두 끌어다 썼다고. 결국 A 씨는 가족들한테 손을 벌려 돈을 모두 갚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내는 A 씨의 잔소리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돈 갚아준 거로 왜 생색내냐?"며 되레 짜증 내더니 집을 나가 잠적했다. 뒤이어 이혼 소장까지 접수했다.

A 씨는 "제가 출근하느라 집을 비우면 아내는 그때 몰래 들어와 옷이며 가방이며 값어치 나가는 것들만 딱 챙겨서 나갔다"면서 "아내가 변호사 선임해 이혼 소장을 접수했길래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조정 기일이 잡혔다. 조정위원은 "혼인 기간이 18년 넘었으니 설령 아내가 사기 피해를 봤어도 부부 공동 재산에서 이미 빠져나가고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재산을 절반씩 나누는 게 맞다"고 말했다.

A 씨 측 변호사도 조정위원의 조건이 타당하다며 그를 설득했다. 그렇게 A 씨 부부는 빚을 다 갚고 남은 재산을 절반씩 나누는 재산 분할을 하게 됐다.

"조정은 번복 불가…사기당한 돈, 재산분할서 고려 안 돼"

A 씨는 "제가 오히려 아내한테 7500만 원을 주고, 차 2대도 아내가 가져가는 방향으로 조정이 마무리됐다"라며 "어찌 됐든 아내가 사기당해서 재산을 깎아 먹었는데, 아내가 사기로 날린 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남은 재산을 나눈 게 너무 불합리한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족한테 빌린 돈은 그대로 채무로 남아 있다. 아내 때문에 채무가 발생했고, 가정까지 깨졌는데 왜 그 책임을 온전히 나만 져야 하냐?"고 억울해했다.

A 씨는 "한 번 조정한 것을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는지, 되돌릴 수 없다면 아내에게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양 변호사는 "조정은 절대 번복할 수 없다.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서 판결이 완전히 굳어지는 거다. 항소도 상고도 할 수 없다"라며 "실제로 조정 조서에 사인하기 전에 어떤 일이 있어도 번복할 수 없으니 신중하게 사인하라고 말씀드린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양 변호사는 아내가 날린 돈을 A 씨 혼자 부담해야 하는 것에 대해 "사연에 따르면 날린 돈은 분할 대상에서 고려되지 않는 게 맞다. 재산 분할이라는 것은 남아 있는 공동 재산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투자 실패로 인해 이미 소실된 금액이 남아 있지 않다면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건 맞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한테 위자료로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속상하게도 10억을 날렸든 5억을 날렸든 위자료의 최대 상한선은 3000만 원"이라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또 "아내의 채무를 갚기 위해 신용이 더 좋은 남편이 대출해서 대신 갚을 때 '대여금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아내한테 대여금 청구를 할 수 있다. 혹은 '당신이 잘못한 채무를 상환한 거니까 당신한테도 상환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대화나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구상권 청구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양 변호사는 "간혹 조정하다 보면 무리하게 조정을 권유하는 조정위원들도 있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변호사와 얘기했을 때 좋은 조건이 아니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그 조정에 응할 필요는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