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바퀴벌레" 민원 넣자…양평군 의장 "일 키우지 않으려면 사과하라"

"제가 개입한 게 잘못한 일은 아니다" 해명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음식에 바퀴벌레을 발견하고 국민신문고에 신고하자 군의회 의장이 민원인에게 사과를 요구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18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경기 양평군에 거주하는 제보자 A 씨가 얼마 전 직원들과 단골 식당을 찾았다가 겪은 일화가 전해졌다.

제보에 따르면 A 씨는 최근 직원 몇 명과 단골 식당에서 탕수육, 짬뽕, 짜장면 등 중국 음식 5인분을 주문했다.

식사를 거의 마칠 때쯤 짬뽕에 이물질이 둥둥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번데기 아니면 바다 생물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정체는 바퀴벌레였다.

순간 정적이 흘렀고, A 씨는 곧바로 식당으로 전화했다. 그러나 직원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않냐. 미안하다"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A 씨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머리카락까지는 저도 인정하겠는데 바퀴벌레는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더라"라며 황당해했다.

이어 "(식당 사장님이) 전화가 와서 '한 번 와라. 직원들 다 같이 오면 내가 아니까 대접할게' 이러셨다. 저번에 머리카락 나왔을 때도 우리는 환불도 안 받고 그랬지만 이번 건 내가 넘어갈 수가 없다. 바퀴벌레는 너무 충격이다"라고 털어놨다.

사장은 "양파나 채소에서 바퀴벌레가 좀 나온다. 이건 어떻게 하라는 거냐. 업체도 계약해 자주 관리하는데 이번에 또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음식값 전액을 환불받았다. 다만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릴 생각은 없었지만, 사장의 안일한 태도에 판례를 참고해 한 사람당 20만 원씩, 100만 원 정도를 보상해달라고 제안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얼마 뒤 사장 아들은 "100만 원은 힘들 것 같다. 힘드니까 신고하세요"라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A 씨는 국민신문고에 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지난 14일 사장 아들은 다시 연락해 50만 원에 합의를 제안했고, 두 사람은 다음 날 낮 만나기로 약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가 걸려 왔다. 황선호 양평군의회 의장이었다. 황 의장은 자신에게 민원이 들어와 연락했다고 밝혔다.

A 씨가 "담당 부서가 있는데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는데 직접 이렇게 연락을 주는 게 맞는가 싶다. 직권 남용 아니냐"라고 묻자 황 의장은 "직원 남용이라고 왜 생각하냐. 저는 군의원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전화드리는 거다. 군민들이 저를 뽑아주지 않았냐. 저는 대의 기관"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통화 이후 황 의장은 문자 메시지로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사과하세요"라고 요구했다.

A 씨는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와서 민원 넣은 게 제가 사과를 해야 하는 거냐. 저도 양평군민이고 이런 전화와 의원의 문자를 받으니 손 떨리게 무서우면서도 이런 일로 외압이 있으니 현실적으로 믿어지지가 않다"라고 답했다.

이어 "어떤 부분을 사과하라는 건지, 결국 사과하라고 전화하신 건지 궁금하다. 제가 사과해야 하는 일이 맞으면 당연히 사과하겠다"라고 말했다.

사건이 커지자 황 의장은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소상공인이 어려운 와중에 진위 파악을 위해 연락했다. 환불까지 받은 걸로 들었고 제가 개입한 게 잘못한 일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A 씨는 "합의금 받을 생각도 없고 다만 식당이 좀 깨끗하게 정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 남아 있다. 다만 의장이 개입한 것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할 보건소에서 해당 식당을 위생 점검한 결과 과태료 처분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