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의 벗기고 촬영"…세계 1위 비보이팀, 여성 멤버 성폭행 시도

"마케팅 팀장 몹쓸 짓 가까스로 모면…'쟤 이상하다' 발뺌"
가해자 "기억 안나, 사실이면 미안"…法, 징역 2년 5개월

(JTBC '사건반장')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세계 최초로 5대 메이저 비보이 대회를 석권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비보이팀으로 알린 '진조크루'에서 성폭력 피해 폭로가 터져 나왔다. 최근 항소심 재판에서 성폭행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으나, 피해자는 2차 가해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지난 1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2020년부터 '진조크루' 정식 멤버로 활동해 오며 마케팅 업무도 함께 맡던 중 2022년 2월 팀원한테 몹쓸 짓을 당했다.

사건 당일 A 씨 집에서 팀 회식이 있었다며 "새벽 3시쯤 만취해 다 같이 잠들었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깼다. 마케팅팀장이 제 하의를 벗기고 촬영하고 있었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다행히 발버둥 쳐서 그 자리는 벗어났다"고 회상했다.

당시 A 씨가 다른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부르자, 팀장은 "쟤 왜 우냐? 이상하다"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고 한다. 동료는 A 씨가 팀장에게 혼났다고 짐작해 팀장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너무 좋은 팀장님이었고, 아무 문제 없었다. 존경하던 선배라서 거짓말로 없는 사실을 꾸며내거나 나쁜 사람으로 몰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 A 씨는 팀장이 따로 불러 사과할 줄 알았으나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집에 어떻게 갔냐"며 기억나지 않는 척을 했다고 한다.

(JTBC '사건반장')

A 씨는 "그 사건 이후 팀장이 뜬금없이 기프티콘을 보내거나 남들이 보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유독 내게 살갑게 대했다.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라며 "그 와중에 JTBC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서 팀에 피해 갈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방송 이후에도 가해자를 계속 마주치던 A 씨에겐 결국 공황장애까지 왔다고. 결국 그가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 뒤에야 대표한테 모든 사실을 털어놨으나, 대표는 "걔가 왜 그랬을까? 그럴 이유가 없는데"라며 가해자를 두둔했다.

이후 A 씨와 가해자, 대표가 삼자대면하는 자리에서 가해자는 "100% 기억나는 게 아닌데 내가 그랬을 리 없다. 기억은 없는데 사실이라면 미안하다"고 가볍게 사과했다.

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제 물갈이를 깔끔하게 할 거다. 여자 문제 있다든지 딱히 미투 운동이나…우리 팀은 근친상간은 없잖아? 다른 팀은 많다. X 족보들이 많다. 얘 좋아하고, 쟤 좋아하고 유전자 자체가 잡종이라서 그렇다"라며 마치 A 씨를 저격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A 씨는 수치심을 느꼈다며 "이후에는 이 가해자를 팀 대표로 내보냈고, 제가 가해자와 같이 연습하는 걸 피하니까 '이제 좀 적응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2차 가해했다"고 분노했다.

가해자, 생일날 여성용품 기부…회사는 '업무방해'로 피해자 고소

국가대표 발탁을 목표로 한 2023년 대회 때문에 버티던 A 씨는 결국 부모님과 고향으로 내려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고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여성용품을 기부한다는 기사가 나오자, A 씨는 자신을 기만한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어 SNS를 통해 그동안 당한 일을 폭로했다.

그러자 가해자는 "팀이 아닌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억울함을 참지 않을 거고, A 씨를 용서하지 않겠다. 꼭 다시 명예 회복해서 돌아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표는 허위 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고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가해자를 탈퇴시키고, A 씨에게 사과하겠다고 전했다.

고소 결과, 가해자는 성폭력 처벌 특례법 위반 및 준강간 미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고, 간음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라며 "피고인은 수사가 개시되자 주요 증거인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인멸해 범행 후 정황도 지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가해자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이 자기 잘못을 온전히 인정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준강간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피고인의 가족과 다수의 지인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여기서 말한 피해 복구 노력이란 피해자에게 3000만 원을 공탁한 것인데, A 씨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진조크루' 대표는 피해자인 A 씨에게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대표는 A 씨가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는 바람에 공연이 취소돼 6억 원대의 손해를 입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형사상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으나 무혐의 결정이 나왔다.

진조크루 측은 "A 씨가 폭로 글을 올리는 바람에 실제로 큰 피해가 있었고, 이건 가해자에 대해서도 똑같이 조치했다. 가해자를 감싼 건 아니고, 피해자 요구도 들어준다고 했지만 좀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A 씨는 진조크루나 가해자 모두 대중에게만 사과하고 자신에게는 제대로 사과한 적 없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