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뒤 갈건데, 물 나와요?" 다짜고짜 버럭…강릉 호텔 직원이 무슨 죄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에 아파트와 숙박업소 123곳의 수도 공급을 차단한 가운데 강릉의 한 호텔 직원이 문의하는 손님들을 향해 "화 좀 내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포호 근처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 A 씨의 글이 갈무리돼 올라왔다.
A 씨는 "요즘 강릉 가뭄으로 여행 예정이었던 분들이 여행이 잘못될까 걱정이 많아 문의가 참 많다"라며 "당연히 기대했던 휴가를 기상 상황으로 망치면 기분이 안 좋겠죠"라고 운을 뗐다.
그는 손님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주는 걸 알고 응대하고 있다면서도 "화는 좀 내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나눠서 전화 받으면 20건 중 15건은 가뭄 관련 전화이고, 그중 10건은 전화 걸 때부터 화가 나 있다"라며 "호텔이 기상 마법을 쓸 수 있어서 비를 쫓아낸 게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들도 일주일 뒤에, 월말에 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른다. '15일 뒤에 체크인하는데 물 나오나요?'라고 묻는데 그걸 일개 강릉 시민인 직원들이 어떻게 아냐. 우리도 뉴스 보고 안다"고 적었다.
또 A 씨는 "호텔에 물어볼 수는 있어도 미래에 물이 나올지 말지를 예측 못 한다고 화낼 일은 아니지 않냐? 여행 올지 말지 정할 거면 지금 상황이 어떤지 정도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무조건 직원 이름 캐묻고, 책임자 이름 캐묻는데 도대체 이름은 왜 캐묻는 거냐? 보름 뒤 날씨 예측 못했으니까 책임지게 하려고 그러냐?"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강릉 시민 하나가 주변 식당과 시장, 관광명소가 보름 뒤에 영업하는지 안 하는지 어떻게 다 파악하냐? 제발 상식과 예의를 갖춰달라. 호텔 직원은 가해자가 아니다. 예언가는 더욱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릉시는 10일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시험 방류 시기는 오는 20일로 예측된다.
강릉시는 시 관계자와 학계,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수질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방류수의 수질과 방류 체계의 안전성을 점검한다. 환경부의 수질검사와 별도로 자체 검사를 진행하고, 두 검사 결과를 교차 검증한다. 생활용수 원수로 부적합할 경우 강릉시와 협의해 비상 방류를 즉시 중단할 방침이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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