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檢개혁]⑤논란의 '중대범죄수사청'…필요성·인력 확보 논쟁 확산
중대범죄 수사 맡을 중수청…다른 수사기관과 중복 수사 우려
행정안전부 산하로 정리…정부·여당 이견 보이기도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검사에게 집중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서는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사·기소권의 분리 상황에서 중대범죄 대응 역량을 보존하기 위해 중수청을 법무부에 설치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이 제기됐지만, 당정은 최근 중수청을 행안부로 두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제도의 일부만 개혁해도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수사권 남용 방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필요한 정부 조직을 새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중수청의 행안부 설치가 권력 집중이란 평가가 나온다.
11일 정치권과 법조계, 학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그 존재의 필요성에서부터 의문을 낳고 있다.
민형배·김용민·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발의된 중수청법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수사 노하우를 재활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수청은 △내란 및 외환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 △마약범죄를 수사한다. 사실상 그간 검찰청에서 수사해 온 특수·공안·강력 사건의 수사를 맡지만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만 없는 셈이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배제하고, 해당 검찰청의 관할 경찰서의 사법경찰관이 직접 수사를 하면서 이를 검사가 지휘·감독·보완하도록 법을 개정하면 간단한 일"이라며 "지금의 인프라만으로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는 구조를 굳이 별도 기관을 신설하면서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수청법에 명시된 수사대상 범죄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다른 수사기관과의 중복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대통령령으로 수사 관할을 어떻게 정할지 모르겠으나 부패범죄나 경제범죄의 개념이 모호하고, (그 구분을) 죄명으로 할 것인지, 범죄의 성질에 따라서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처(공수처) 수사 관할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수사과정에서 권한 충돌이 상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역시 "공수처 폐지의 대안으로 중수청을 도입하자는 것이라면 모를까 공수처를 존치한 상태에서 중수청을 도입하는 것은 체계상 혼란을 키울 것"이라며 "경찰은 일반범죄, 중수청은 6대 중대범죄,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를 맡는데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 예컨대 다수인이 관련된 범죄에서 일부는 고위공직자, 일부는 일반공직자인 경우 누가 사건을 맡아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정부와 여당은 중수청을 어디에 설치할지를 두고 한때 입장차를 보였다.
중수청의 행안부 설치는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권을 독립적으로 발휘할 수 있지만 견제 장치가 없어 권한 남용을 막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수사·기소권의 기능적 분리뿐만 아니라 조직적 분리를 병행해야 검찰개혁의 의미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차 수사기관이 중수청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면 중수청뿐 아니라 수사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경찰까지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게 된다"며 "현재도 경찰청장이나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해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대통령이나 행안부 장관이 지휘할 수 없다. 민주적 통제 관점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정부조직법 등에 관한 정책 의원총회 후 "어떤 의원도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자'는 내용은 말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수청법의 행안부 산하 설치안을 두고 당내 견해차가 크지 않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중수청의 법무부 설치를 두고 "그건 검찰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공소청과 중수청 모두에 지휘권을 갖게 되고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장관의 지휘를 매개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혹자는 중수청이 검찰 특수부를 독립시켜 그 몸집을 키우는 것으로, 이를 법무부에 두는 것은 검찰권을 강화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하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은 현행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총장을 견제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행안부 산하 중수청의 경우 민주적 통제가 어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견제할 수 있지만, 행안부 장관은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중수청을 지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수청장이 비록 지금은 적절히 수사를 지휘할 수 있으나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를 통제할 장치가 없다.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어서 권한 남용이 벌어졌다고만 볼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 중수청 수사관의 수사권 남용을 비판하고 있을지 모른다"면서 "수사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내외부의 장치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수사를 하는 만큼 신생 수사기관이 안착하기 위해 양질의 수사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는 곧 2000여명의 검사와 6000여명의 검찰수사관 중 상당수가 유휴 수사인력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당정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로 신설하기로 한 만큼 이들 인력 확보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성룡 교수는 "현재 늘어난 수사대상 범죄 대응조차 힘든 경찰이 검찰에서 주로 해온 복잡한 중대범죄 수사까지 넘겨받으면 수사 기능이 마비되지 않겠나"라면서 "과거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에 있던 수사 대상을 그대로 옮겨 적용하면서 검사와 수사관들이 중수청으로 넘어오도록 하는 구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법률 지식을 갖춘 검찰수사관이 사법경찰관보다 우수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검사의 지휘를 받았던 이들이 중수청 수사관으로서 독자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의사결정 하는 역량까지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중대범죄 수사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기엔 그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다른 한편 검찰 수사 인력이 경찰로 이동하기에 느끼는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부패범죄 등 복잡한 사건의 수사 역량을 보존하면서 권한 집중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행안부에 설치해도 검찰수사관들을 중수처 수사관으로 유치할 수 있고, 국가공무원법 등 일부 법령만 고쳐도 수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서보학 교수는 "검사는 특정직 공무원이고, 중수청 수사관 역시 특정직 공무원으로 인사 발령만 낸다면 바로 옮기는 데 문제가 없다"면서 "검찰수사관들은 일반직 공무원으로, 이들은 국가공무원법이나 중수청법에 별도 조항을 만들어서 보완하면 유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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