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복, 과거와 현재·문화와 외교·역사와 미래를 잇다
한복, APEC 2025 경주를 통해 배우다…신라에서 코첼라까지, 아름다운 발전
APEC 백스테이지 2025 프로그램 참가자가 본 '한복'
누르 샤키라 나키바 무흐드 나시프 인제대 국제무역학과 석사과정 = 한 벌의 옷에는 한 문명의 수천 가지 전통이 담겨 있다. 한복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정체성, 예술성, 그리고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기록이다. 수세기 동안 한복의 색은 권력과 신분을 나타냈고, 무늬에는 번영과 건강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었다.
오늘날 한복은 K-드라마부터 세계 정상회의, 그리고 코첼라의 글로벌 무대까지 뿌리와 혁신,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우르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신라의 고도 경주와도 닮아 있다. 경주는 오랜 사찰과 유적, 전통이 오늘날의 정체성을 형성한 도시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이곳 경주에서 열린다. 전통과 현대 외교가 만나는 이 순간,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장소가 된다.
한복은 오랫동안 사회적 정체성과 개인적 표현의 캔버스 역할을 해왔다. 과거에는 소재와 색상 선택이 신분을 반영했다. 비단과 모시는 상류층만이 입을 수 있었고, 평민은 면을 사용했다. 색상에는 엄격한 상징적 의미가 부여되었다. 왕은 금색, 왕비는 붉은색, 미혼 평민 여성은 밝은 색을 입었다.
오늘날 이런 제약은 대부분 사라졌다. 한복은 다양한 색과 소재로 자유롭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2020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K-팝 그룹 블랙핑크가 지미 팰런 쇼에서 한복을 입고 공연을 선보였고, 영상은 1억 7천만 뷰를 기록했다.
한복 브랜드 ‘단하’에 따르면, 멤버 로제의 상의는 조선시대 속옷으로 입던 가슴덮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왕실 복식과 전통 군복인 철릭의 패턴도 접목되었다. 3년 뒤, 블랙핑크는 코첼라 공연에서도 한복을 입고 전 세계에 한국 전통을 알렸다.
한복의 디자인은 한국의 예술과 건축 유산을 반영한다. 흐르는 선과 우아한 곡선은 한옥 지붕의 처마를 닮았으며, 자수 무늬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1500년대 의복 중에는 이러한 건축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광주 안동 김씨 묘에서 발굴된 의복에는 한옥의 곡선을 닮은 단이 있다. 한복의 정교한 자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모란은 번영과 행복을, 학은 건강과 장수를 상징한다. 자수는 평생의 가치와 희망, 세대를 잇는 이야기를 시각 언어로 전하고 있다.
현대 엔터테인먼트 속에서도 한복은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는 뮤직비디오 'Zen'에서 신라시대 왕관을 모티프로 한 금속 상의를 입고 등장했다. 이 디자인은 왕실의 강인함, 신화적 상징, 그리고 곡의 메시지인 자기 성장과 불사조를 상징했다. 이러한 창의적 해석은 한복이 과거와 현재를 잇고,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수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복은 사람과 세대, 문화를 잇는 다리로 기능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관광객이 한복을 대여해 경복궁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역사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제 한복은 국제 무대에서도 문화적 자부심의 상징이 되었다.
한국의 광복 80주년 전야에는 K-팝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현대적 표현으로 유산을 강조했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는 한복의 문화적 영향력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K-POP 데몬 헌터스'에서는 '사자보이즈'라는 캐릭터들이 검은 한복과 갓을 쓰고 등장한다. 갓은 전통적으로 죽음을 상징하는 모자다.
이러한 창작을 통해 한복은 단순한 복식을 넘어 이야기를 담는 서사의 그릇, 문화 외교의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공연마다 한복은 전통과 현재를 연결하고, 전 세계 관객을 한국 문화에 대한 감탄으로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
한복은 한국과 함께 진화해 왔다. 현대의 취향과 세계적 무대에 맞춰 변화하면서도, 깊은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한때 계급의 상징이던 한복은 이제 보편적인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왕실에서 K-팝 무대까지, 외교 행사에서 미디어 콘텐츠까지. 한복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면, 이 조화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세계 정상들이 신라에서 영감을 받은 한복을 입고, 수백 년 한국 역사를 기릴 뿐 아니라 공동의 문화 경험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이는 유산의 힘이 국경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복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문화와 외교, 역사와 미래를 잇는 살아있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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