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문 닫는 '노을 명소' 노들섬…시민들 "아쉬워"
올 11월 3일 공사 시작… 2027년까지 수변공원 폐쇄
서울시 "자연경관 최대한 보존할 것"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지난 2일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는 평일 오후에도 양산을 쓴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노을 명소'로 유명한 섬 서쪽 수변부 공원에는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한강철교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노들섬 공원의 풍경은 오는 11월 3일부터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의 일부로 '노들섬 수변문화공간 조성공사'가 2027년 6월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공사로 인해 방문객들이 주로 찾는 하단부와 수변부 산책로 일부 구역은 공사 기간 접근이 제한된다.
공사 소식에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도심 속 쉼터' 역할을 해왔던 현재의 노들섬이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공사 일정을 알리는 노들섬 SNS 게시글에는 "노들섬은 지금이 자연스럽고 좋다"거나,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공간이 늘어난다"는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노들섬에서 만난 방문객들도 "지금의 공간이 없어진다니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류다현 씨(20·여)는 "노들섬은 도심 한복판에서 여유로운 자연을 느끼고 싶어 오는 공간"이라며 "당장 잘 쓰고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이 모 씨(30·여)도 "강 건너편 용산만 봐도 엄청난 건물들이 많은데 노들섬까지 채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민들의 공간을 시민을 위해 놔뒀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40대 남성 강 모 씨는 "조감도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경관이 다소 많이 축소될 거 같아 아쉽다"며 "지금의 모습을 얼마나 살리면서 개발할지 관심 가지고 살펴보겠다"고 했다.
노들섬은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며 지난 2019년 개장했다.
개장 초기 교통 불편과 볼거리 부족으로 '유령섬'이라 비판받았지만, SNS에서 노을 명소로 주목받으며 지난 3월에는 누적 방문객 150만 명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2023년 '노들 글로벌 예술섬 설계공모'를 열어 건축가 토마스 헤드윅의 설계안 '사운드스케이프'를 선정하고, 2025년 하반기 조성 공사를 예고했다.
노들섬 조성 계획은 단기사업과 중기사업으로 나뉜다. 노들섬 수변문화공간 조성공사는 단기사업으로 산책로 조성, 수목 식재 등을 실시하는 하천복원 사업이다.
기존 시설에 공중보행로 등 새로운 시설을 조성하는 중기사업은 2028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수변부의 노을 감상 공간 등은 그대로 보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변부 공사는 하천을 시민에게 더 좋은 공간으로 되돌려주기 위한 사업"이라며 "중기사업과 공사 기간이 일부 겹치지만, 공사가 끝나는 대로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시민 개방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맹꽁이숲 등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잠깐의 불편을 감내하면 노들섬이 더 세계적인 명소로 조성이 될 것이라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jwl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