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 소식 보고 찾아간 강릉 '쨍쨍'…강릉 농민 '헛웃음'
비 예보에 강릉 찾아가보니…맑은 하늘에 농가 '허탈'
"가뭄에 생업 망쳤는데 지원없다" 소외된 농가 분통
- 신성철 기자
(서울=뉴스1) 신성철 기자 = 1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지만, 심각한 가뭄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된 강릉은 비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창했다.
이날 오후 3시에 맞춰 고랭지 배추 농가가 모여 있는 강릉 왕산면 '안반데기' 마을을 찾았다.
기상청이 강릉에 1mm 미만 비 예보를 내린 시각으로, 비록 적은 양이지만 실제 내린다면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구름 사이로 강한 햇볕이 배추밭을 내리쬐고 있었다.
마을 카페에 농민들이 모여 있었다.
기자가 '지난 주부터 강릉 날씨 예보를 지켜봤는데 오늘 비가 온다고 돼 있었고 아침에도 예보가 있어서 찾아왔는데 날씨가 화창하다'고 운을 떼자, 농민들은 동시에 폭소했다. 허탈한 웃음이었다.
한 농민은 "우린 1분에 한 번씩 예보를 본다"며 "(비 올 거란) 기대야 날마다 하는데 비 예보가 기다리다 보면 사라지고, 기다리다 보면 사라지고 하기를 2달째"라고 털어놨다.
눈으로 보기에 배추가 메말라 있는 것 같아 농민에게 상태를 묻자 "절반은 이미 잘못됐다"고 답했다.
"수확해도 살아 있는 게 50% 정도"라며 "그 50% 안에서 골라 작업하다 보니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받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이라도 비가 충분히 오면 뒤에 대기하고 있는 물량은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차분하게 사정을 설명하던 농민은 가뭄 지원책에 관해 이야기하자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는 "재난 사태가 선포돼서 농가에 지원될 수 있는 게 무엇이냐, 시청에 물었더니 전혀 없다더라"며 "우리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게 잘못되면 우리는 빚더미에 올라앉는다"며 "이럴 거면 재난 사태는 왜 선포했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강릉시청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스프링클러와 양수 작업 같은 지원은 이뤄지고 있다"며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 보전은 정책도 없고 인과관계 파악도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후 정부에서 가뭄이 반복될 것이라 판단해 태풍처럼 재해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준다면 그에 따라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당장 올해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ssc@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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