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빚 안 갚고 해외로 간 남편, 전화하자 '스토킹 신고'" 분통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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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가출을 밥 먹듯 하더니 해외로 도피한 남편이 자신을 찾는 아내를 스토킹으로 신고한 사실이 전해졌다.

1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아들과 딸을 키우고 살던 A 씨가 주변의 소개로 만난 남성과 만나면서 겪은 일화가 전해졌다.

A 씨에 따르면 남편은 4세 연하였고 해외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소개팅 후 서로 마음에 들어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 A 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사춘기라서 성인이 된 이후에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다. 대신 양가 부모의 허락을 받고 6년 전 살림을 차렸다.

남편은 주로 중국과 사업을 했다. 공교롭게도 재혼한 지 얼마 안 돼 코로나가 터지면서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A 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은 100% 예약제로 시스템을 바꾸고 남편도 미용실에 나와 일을 조금씩 거들면서 인건비를 아끼는 등 최대한 버티고 버텼다.

남편은 전처에게 매달 양육비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었으나 가게에 보탬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에 A 씨가 중간중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그래도 A 씨는 "건강하니까 열심히 일하면 상황이 나아지겠지, 남편도 곧 돈을 벌겠지"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은 아르바이트 후 미용실에 나와 일을 돕는 건 잠깐이고 그 외의 시간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고 했지만 그것도 역시 다 핑계였다.

남편은 "내 사업하는 사람인데 내가 누구 밑에서 일 못한다"라면서 아내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겼다. 아내가 쉬려고 하면 "일하러 안 나가나. 쉬면 안 돼. 돈 벌어야지"라며 난리를 쳤다.

A 씨와 남편의 다툼이 잦아졌고, 남편은 가출했다. 한바탕 다투고 나면 가출해 서핑을 즐겼다. 며칠씩 안 들어오는 건 늘 있는 일이었고 심지어 2주 넘게 안 들어온 적도 있었다. 가출한 뒤에도 A 씨의 카드를 사용했다.

A 씨는 가출한 남편에게 3일 만에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얼마 뒤 경찰로부터 "스토킹으로 신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남편은 아내를 '전 여자친구'라고 신고했다. 게다가 고소장까지 제출한 것.

A 씨는 "가출한 남편과 연락이 안 되니까 혹시 바다에 빠지지 않았나 진심으로 걱정이 돼서 전화했던 건데 갑자기 스토커가 돼버려서 참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A 씨는 부부 관계를 잘 소명해서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에 송치하지는 않았다.

결국 A 씨는 남편을 상대로 사실혼 관계 파기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재산분할 과정에서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억대에 가까운 빚이 있었기 때문. 재판부는 빚도 반씩 나누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남편은 본인 몫의 빚을 갚지 않고 중국으로 도망간 뒤 연락을 끊은 상황이다.

양지열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인데도 재산분할을 인정했다는 건 빚이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진 게 아니라 공동책임이라는 얘기다. 전남편이라는 사람이 빚을 안 갚고 있는 사이에 공동의 빚이 커지기 때문에 먼저 갚은 다음에 그 내용을 가지고 나중에 받아내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이 남자는 문제가 터지면 가장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패턴을 보인다. 스토킹 문제도 극단적인 회피와 극단적인 무책임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아내는 빚도 문제지만 마음이 얼마나 무너지겠나. 남편한테 스토커로 고발당하고 배신을 느끼고 자괴감을 느끼고 억울한 이런 감정이 굉장히 힘들 것 같다. 아내의 잘못이 없기 때문에 아내는 조금이라도 '내 잘못이 있었나, 내가 가스라이팅 당한 건가' 이런 생각보다는 자존감 회복에 힘쓰셨으면 좋겠다"라고 위로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