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 대학생 성추행한 30대 남성, 뒤져보니 '초등생 성추행 살인범'

"옷 벗겨 가슴·중요 부위 만져…전자발찌 보여주며 협박"
20년 전 초등생 성추행 뒤 살인…징역 15년 만기 출소

(JTBC '사건반장')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공사 현장을 찾은 20대 남학생이 작업반장인 30대 남성으로부터 성추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일 JTBC '사건반장'은 공사 현장에서 알게 된 작업반장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는 20대 남학생 A 씨의 제보를 보도했다.

A 씨는 인력 사무소 앞에서 작업반장 서 모 씨를 만나 일을 시작했다. A 씨는 "서 씨가 개인적으로 학생들 일 알려준다길래 하게 됐고, 일 마치고 차도 태워준 적 있었다"라며 "근데 슬쩍슬쩍 제 몸을 만지거나 가슴, 중요 부위를 만지는 추행을 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강압적 분위기 탓 저항하지 못했다며 서 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서 씨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여성이 저항해서 살해했다. 그걸로 15년 복역하고 교도소 다녀왔다"면서 A 씨를 성추행한 뒤 전자발찌를 보여줬다고 한다.

이후 A 씨는 서 씨가 주는 일은 다시 하지 않겠다고, 서 씨와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니까 나와라"라는 서 씨의 주장에 어쩔 수 없이 불려 나갔다가 끔찍한 일을 겪게 됐다.

(JTBC '사건반장')

A 씨는 "일 끝나고 서 씨가 저를 공터 옆 벤치로 끌고 갔다. 어깨동무하면서 추행을 시작했다. 목 조르고 성추행했다"라며 "추행하는 과정에서 서 씨가 '난 화나면 사람도 죽인다. 너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 떨지 말라'라고 협박했다. 그런 뒤 상의는 눈까지 올려 시야를 차단했고, 하의는 다 벗겨 양말만 신은 상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서 씨는 "팔굽혀펴기 100개를 하거나 내가 너 (성적 행위) 하는 거 둘 중의 하나 선택해라"라고 강요했다. 동시에 A 씨 명치를 세게 때리면서 폭행도 이어갔다.

A 씨는 서 씨가 잠시 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용기를 내 도로로 도망갔다고. 그는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 지나가던 차에 신고를 부탁했고, 경찰이 출동해 서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서 씨는 곧바로 구속됐다.

더욱 충격적인 건 서 씨가 20년 전인 2005년 초등생 성추행 살인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서 씨는 고등학교 시절 태권도장에 같이 다니던 10살짜리 초등학생 아이를 공터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고, 아이가 저항하자 지니고 있던 흉기로 위협하다 결국 살해했다.

(JTBC '사건반장')

그뿐만 아니라 서 씨는 이 초등학생을 살해하기 전에 앞서 3명의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전적도 있었다. 당시 서 씨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서 씨가 결국 초등학생을 살해하자, 재판부는 서 씨가 만 16세에 불과하지만 성추행으로 기소유예를 받은 지 4개월 만에 또다시 초등학생을 성추행하려다 살해했다면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후 2020년 만기 출소했다.

A 씨는 "서 씨의 실명에 '살인'이라고 덧붙여서 인터넷에 검색해 봤더니 기사가 여러 개 있더라. 어떤 사람이 옛날 피해자의 판결 요지서를 블로그에 올렸는데, 다른 사람이 '이 사람은 그냥 두면 안 된다. 사형시켜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서 씨가 '죽여봐라. 어디 자신 있는지 한번 보자'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출소 직전 피해아동 父에 손편지…"조두순 동정, 전자발찌 걱정돼"

살해당한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 씨가 출소 직전 직접 손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서 씨는 "저는 현재 이슈인 조두순의 출소에 동정을 느끼고 마음을 더 다독이고 지낸다. 전자발찌를 단 순간에는 여러 편견에 맞서 살 예정"이라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전자발찌를 차면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니까 전자발찌 안 차려고 편지를 보낸 것 같다. 내가 탄원서를 써주길 바란 것 같다"며 "약간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었다. 잔머리 굴려서 피해자 가족을 농락하는 것 같았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외딴섬에 성폭행범들끼리만 먹고살게끔 하는 교도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얘들은 나오면 또 그런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서 씨에 대한 강력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서 씨는 출소 뒤 RC 모형 동호회, 자동차 동호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공사 현장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주고 있다.

양지열 변호사는 "출소하고 5년이나 지나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라며 "동성에게 성추행당했는데 수치심 때문에 못 나오고 계신다면 꼭 좀 나와달라. 그래야 처벌이 무거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