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오고 계시죠? 빨리 오세요"…계엄 국무회의 참석 재촉(종합)
내란특검, 지난달 29일 한덕수 내란방조 등 6개 혐의 공소제기
韓, 장관들에게 국무회의 문건 서명 제안…계엄해제 표결 후엔 "기다리자"
- 김기성 기자, 정재민 기자,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정재민 이세현 기자 = 12·3 비상계엄의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파악하고도 국무총리의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아 내란을 방조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히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호출받은 국무위원에게 직접 연락해 이동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건네받은 계엄 문건도 함께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뉴스1이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서류 손상, 위증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면서 공소장에 이같이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56분쯤 대통령 집무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계엄사령부 포고령 등 문건을 확인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이때 윤 전 대통령 등이 위헌적인 포고령을 이행하기 위해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 언론사를 장악하고 특정 언론사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를 하는 등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해 폭동을 일으킬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봤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위해 국무회의를 열어야 하고 의결정족수를 맞춰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검팀은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외관을 갖출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은 강의구 당시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 등을 통해 오후 9시 15분부터 53분까지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연락해 대통령실 대접견실로 신속히 오도록 지시했다.
한 전 총리는 같은 날 오후 9시 37분쯤 호출한 국무위원들이 오지 않자 송미령 전 장관에게 직접 연락해 "오고 계시죠?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라고 말했고, 송 장관이 오후 10시 10분쯤 도착할 것 같다고 말하자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나요. 빨리 오세요"라고 말하며 재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한 총리는 대접견실에서 당시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윤 전 대통령에게 받은 계엄 관련 문건을 직접 읽어보거나 돌려보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 등을 파악한 것으로 특검 조사결과 드러났다.
특검은 한 전 총리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대통령의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국무총리에게 부여된 통제권을 행사해야 할 책무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하면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으로 내란 범행을 방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오후 10시 43분 강의구 전 부속실장이 '국무위원들은 서명하고 가라'고 말하자 한 전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다시 대접견실에 모였다.
한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에서 같이 모여서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무회의 관련 문건에 서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무위원들 다수가 서명에 반대해 결국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한 전 총리는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넣어둔 비상계엄 지시사항 문건을 꺼내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이상민 전 장관에게 '남아 있으라'는 취지로 손짓한 뒤 오후 10시 49분부터 16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때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받은 문건 3장을 꺼내어 읽어주다가, 그중 1장을 한 전 총리에게 두 차례 보여줬고, 또 다른 1장은 직접 건네주기도 했다. 한 전 총리가 손가락으로 문건을 짚어가며 대통령 지시사항을 협의하는 듯한 모습도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장면을 두고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인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이상민 전 장관에게 대통령으로부터 수령한 비상계엄 계획 및 그에 따른 지시를 수용하고 이행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오후 11시 5분쯤 조태열 전 장관이 수령을 거부하며 두고 간 대통령 계엄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대신 챙겨서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했다. 특검팀은 이를 두고 "외교부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도록 지휘·감독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당일 오후 11시 5분쯤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하면서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통화에서 "추 대표, 걱정하지 마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통화를 전후해 추 전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원 총회 장소를 수차례 변경한 이유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한 한 전 총리는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 김선호 국방부 차관 등에게 비상계엄 선포의 국회 통고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이 끝난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1시간 넘게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을 미뤘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 2분쯤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방기선 전 실장은 한 전 총리에게 "해제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과 직접 통화 한 번 해보시라"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조금 한 번 기다려보자"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한 전 총리는 같은 날 오전 2시 2분쯤 정진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국무위원들에게 소집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로부터 1시간이 넘어서야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에 나선 것이다.
특검팀은 이를 두고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했으면 국무회의 운영을 담당하는 국무조정실을 통해 지체 없이 국무회의를 소집했어야 함에도 국무회의 심의를 지연시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평가했다.
강의구 전 부속실장은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에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만들어야 하는데, 문서가 있냐'는 말을 듣고 한 전 총리에게 계엄 선포문을 전달받았다.
이후 강 실장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담긴 사후 비상계엄 선포 문건을 제작해 한 전 총리에게 "계엄 선포문에 부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 총리는 사후 계엄 선포 문건에 서명했다.
한 총리 서명이 들어간 사후 문건은 이후 김용현 전 장관, 윤 전 대통령 순으로 서명이 이뤄졌다. 사후 계엄 문건은 이후 강 전 실장 사무실에 보관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8일 김 전 장관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긴급 체포되는 등 내란 혐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하면서 사후 계엄 문건의 파기를 요청했다.
이에 강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사후 계엄문건을 문서 세단기에 넣어 파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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