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4번 야근인데 오후 4시 이후 커피 금지"…회사 공지 '뜨악'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임직원의 건강을 위해 오후 시간대 탕비실 내 커피머신 사용을 금지한 회사의 공지를 두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최근 직장인 커리어 플랫폼 '리멤버' 커뮤니티에는 '오후 4시 이후 사무실 커피 금지. 이게 가당키나 합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부동산 개발·분양·경매 분야 회사에 재직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직장인 A 씨는 "오늘 아침 전사 공지 메일을 받고 제 눈을 의심했다"라고 운을 뗐다.

공지에는 "금일부로 임직원 건강 증진 및 수면의 질 향상을 위해 오후 4시 이후 탕비실 커피머신 사용을 금지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A 씨는 "아마 대표님이 어디서 늦은 오후의 카페인 섭취가 숙면을 방해한다는 둥 어쩐다는 둥 하는 유튜브 영상을 감명 깊게 보신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나"라며 황당해했다.

이어 "저희 건강까지 챙겨주시려는 그 마음은 정말 눈물겹게 감사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야근이 아예 없는 회사도 아니고 적어도 구성원의 10분의 1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야근하고 그게 아니어도 한두 시간 더 일하고 퇴근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우리의 피로도는 어떡하라는 건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 사회에 커피 없이 어떻게 일을 하라는 거냐. 이미 습관이 되어 있는데 오후에 커피를 안 마시면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 텐데"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급기야 동료들은 오후 4시 이후에 마실 커피를 쟁여두기 위해 눈치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고. A 씨는 "커피 머신이 층마다 두 대씩이라 4시 직전에 받아 놓으려면 20분 전부터 줄을 서야 할 기세다"라고 했다.

아울러 "저는 진짜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데 대용량 텀블러를 회사에 갖다놔야 하나. 수면의 질을 생각하면 그냥 4시에 퇴근시켜 주는 게 더 좋을 텐데. 차라리 오후 4시 이후에는 디카페인만 마시라고 하면 어떠냐"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어차피 커피 없으면 일 못하는 우리네들은 탕비실 커피 못 마시면 다들 자기 돈으로 밖에 나가서 사 마실 거 뻔한데 결국 직원 건강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회사 탕비실 캡슐값 아끼고 직원들 돈은 더 쓰게 만드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열받는다"라고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차라리 솔직하게 경비 절감한다고 했으면 괜찮을 텐데", "임직원 건강 증진을 위해 '야근 금지! 칼퇴 준수' 명령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커피를 오후에 마시지 않는 게 수면의 질에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한다. 뭔가를 제공하다가 중단되니 당연히 불편하고 박탈감이 들겠지만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조직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생략된 게 아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