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 속 '코스모스 졸업식'…서울대 3019명 졸업
체감 30도 더위에 땀 흘리며 축하…"팬더믹 지나 더 특별해"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한여름처럼 더운 것 같아요. 아들이랑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데 너무 덥네요."
28일 서울대학교 후기 졸업식이 열린 관악캠퍼스, 오전에도 최고기온은 29도를 넘겼고 체감온도는 30도에 달했다. 때 잃은 날씨에 가을을 상징하던 '코스모스 졸업식'도 옛말이 됐다.
이날 졸업식은 더위 속에서 진행됐다. 가족들은 졸업생들에게 휴대용 손 선풍기를 대주었고, 손수건으로 재차 땀을 닦아내기도 했다. 한 졸업생은 학위복을 전체 다 잠그지 않은 채 사진을 찍었다.
아들의 졸업을 축하해주러 온 김 모 씨는 "아직 아침이어서 날씨가 이 정도인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있으면 사진도 못 찍을 것 같다"며 "잠깐 사진 찍고, 오가는 것도 너무 더워서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유행 기간도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아들이) 대학 생활을 잘 마쳐 기쁘다"고 덧붙였다.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들은 책자와 손 선풍기로 연신 부채질을 했고, 가족들은 손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주며 사진을 찍었다. 그늘이 없는 곳에 설치된 포토월 앞에는 양산을 쓴 졸업생들이 긴 줄을 늘어섰다. 캠퍼스 곳곳에선 한여름처럼 우는 매미 소리로 인해 먼 곳에 있는 가족을 부르기 위해선 큰 소리를 내는 졸업생도 있었다.
사회과학대학 졸업생 김 모 씨(25)는 "작년 친구 졸업식은 이렇게 덥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더 덥다"며 "그래도 와준 친구들 덕분에 대학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의 부모도 "코로나 유행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학업을 마무리해 기쁘다"고 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1015명, 석사 1304명, 박사 700명 등 총 3019명에게 학위가 수여됐다. 유홍림 총장은 축사에서 "오늘날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지던 이성과 창의성까지 추격해 오며 인간의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불안을 느낀다면,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멈추지 말고 용기를 발휘해 전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축사를 맡은 안나 예이츠 국악과 교수는 "지금 학업의 길이 끝났어도 호기심만 있으면 언제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고, 아직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열어갈 수 있다”이라며 졸업생들을 응원했다.
졸업생 대표 연설은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김주안 씨가 맡았다. 김 씨는 "학우들과 공부하고, 토론하며 지낸 시간은 세상을 새롭게 감각하는 밑거름이 됐다"며 "너무나도 쉬운 혐오와 차별 대신 사랑과 존중을 택한 사람들이 조롱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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