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땐 재산 반반' 혼전 계약서 거부한 신부 "내가 돈 떼먹냐" 분노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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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결혼 전 이혼을 가정하고 재산분할에 대해 작성한 '혼전 계약서'는 효력이 있을까.

양나래 변호사는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혼전 계약서를 두고 갈등을 빚는 예비부부의 사연을 공유했다.

30대 중반 남성 사연자 A 씨는 3년째 연애 중인 여자 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나와 자연스럽게 준비하고 있다며 "취미도 잘 맞고 성격도 잘 맞는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A 씨의 마음속 한쪽에 불안함이 있었다고. 그는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 소송으로 갈라섰는데, 재산 분할에 대해서도 아주 치열하게 다투는 것을 가까이서 봤다"라며 "그러다 보니 만약 이혼하게 될 경우 재산으로 싸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혼전 계약서를 혼자 작성했다"고 밝혔다.

혼전 계약서 초안에는 '결혼 전 재산은 각자 소유한다' '결혼 후 공동으로 만든 재산만 공동 소유로 한다' '이혼하게 되면 불륜이나 폭행 등 누구의 유책 사유가 명확하게 있지 않은 이상 서로 위자료 없이 공동으로 형성된 재산만 반반으로 나눈다' 등 내용이 담겼다.

A 씨는 "결혼 전에 있던 돈은 각자의 재산이고, 결혼 후에 공동으로 형성한 건 내가 더 급여가 많기 때문에 반반으로 나눈다는 게 여자 친구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여자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사실은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이런 상처가 있다. 그래서 혼전 계약서 쓰고 혼인 신고하는 게 어떻겠냐?"며 조심스럽게 계약서를 보여줬다.

그러나 A 씨의 예상과 달리 여자 친구는 "결론은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하자는 거 아니냐? 어떻게 결혼 생활을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이런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할 수 있냐?"며 눈물을 쏟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다음 날 여자 친구는 침착하게 "혼전 계약서 이야기 한 번만 더 꺼내면 나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 혼전 계약서 쓰고 파혼할 건지, 그냥 이대로 결혼할 건지 선택해라"라고 주장했다.

A 씨는 "합리적인 내용의 계약서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인지 모르겠다"며 "변호사가 볼 때 못마땅한 계약서인지, 아내의 반응이 이해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달라"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동시에 "만약 여자 친구가 이 계약서 작성에 동의한다면, 추후 효력이 발생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저였어도 그걸 받았을 땐 화가 많이 날 것 같다. '이혼 생각하고 만나자는 건가?' '내가 돈 뜯어 갈까 봐 그러자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라며 "결혼할 때의 마음가짐은 이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인데, 처음부터 그 계약서를 들이민다는 것 자체에 배신감이 들 것 같다"고 여자 친구 입장에 공감했다.

이어 "이걸 쓰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나, 상대방이 그걸 받고 기분 나쁜 것도 이해된다"라며 "제가 계약서를 쓰고 싶어 하는 입장에 있을지라도 상대방이 기분 상할 수 있다는 건 감내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단,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에 관한 사항이 담긴 계약서는 효력이 없다고. 양 변호사는 "재산분할에 관한 청구권은 이혼할 때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혼하지 않은 시기에 이혼을 전제로 해서 만드는 합의안은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