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골목까지만 옮겨주라고 부탁한 40년 친구, 나를 음주운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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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지난 4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믿었던 친구한테 속고 또 속았다는 40대 남성 A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A 씨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가까웠던 동네 친구가 있었다. 저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때 중퇴한 뒤 막노동부터 배달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었다"라며 "40년지기 친구가 대학 때 등록금이 없어 자퇴하겠다길래 제가 선뜻 전 재산을 내어 도와줬다"고 밝혔다.

당시 A 씨는 "이거 그냥 주는 거니까 나중에 혹시 내가 좀 힘들어지면 딱 한 번만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A 씨는 사업으로 성공적인 시절을 보내다가도 사업이 기울면서 큰 빚을 떠안고 길바닥에 앉게 됐다. 이에 A 씨는 가장 먼저 40년지기 친구에게 연락해 "고시원이라도 들어가게 100만원만 좀 빌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친구는 "나도 요즘 장모님이 편찮으셔서 힘들다"며 A 씨의 부탁을 거절했다.

A 씨는 "사정이 어렵다던 친구는 며칠 뒤 제주도로 골프 여행을 떠났다. 결국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당시 일하던 가게 창고에서 잠을 자며 오전, 오후엔 배달일을 하고 밤에는 대리기사로 일하며 버텼다"고 토로했다.

"교통사고 합의금 탕진 뒤 음주운전 신고한 친구…생업 잃었다"

그러던 중 A 씨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가해자는 합의금으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신용불량자였던 A 씨는 친구 명의로 된 통장에 잠깐 합의금을 맡겨 놓기로 했다.

그러나 친구가 이 합의금을 술값으로 다 써버렸다고. A 씨는 "배달하고 있는데 친구한테 부재중 전화가 여러 차례 왔다. 불안한 마음에 전화해 보니 '술 마시고 있는데 네 돈 좀 써도 되냐?'고 하더라. 건들지 말라고 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가보니까 벌써 다 썼더라"라며 "친구는 술김에 미안하다고, 갚겠다고 사과했다. 매달 15만~20만원씩 갚기는 했는데 결국 절반밖에 못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친구를 한 번만 더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연을 끊진 않았다며 "어느 날 오랜만에 술 한잔하자더라. 그래도 친구니까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나가 마주 앉았다. 속 얘기를 하면서 좀 풀려서 2차 가자는 얘기가 나왔고, 친구가 우리 집으로 가자고 했다. 아내가 몸 상태가 안 좋아 거절했더니 그때부터 또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때 친구는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으려고 시도했다. A 씨가 친구를 만류하며 대리기사 부르라고 하자, 친구는 대리기사를 부르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연 "내 차를 골목 입구까지만 좀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 씨가 "나도 술 마셨다. 그게 말이 되냐?"고 따지자, 친구는 "난 만취했고 넌 몇 잔 안 마시지 않았느냐? 여기선 대리기사에게 운전대를 못 넘긴다"고 강요했다.

실랑이 끝 A 씨는 친구의 차를 직접 몰고 골목 입구까지 옮기는 선택을 했다. 이때 친구한테 전화가 걸려 왔는데, 친구는 "내가 널 경찰에 음주 운전으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결국 A 씨는 음주 측정에서 '면허 정지' 결과가 나와 배달일과 대리기사 등 생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A 씨는 "이 사건 이후 친구한테 어떤 변명이라든가 사과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겐 내 잘못이라고 말하고 다니더라. 교통사고 합의금도 다 돌려받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친구가 합의금을 사용한 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음주 운전도 친구가 시켰기 때문에 교사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어떤 정황으로 봤을 때 A 씨의 음주 운전도 어느 정도 정상참작 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