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허리까지 물 찼는데 배달 '목숨 건 기사'…무슨 사연?[영상]

(SNS 갈무리)
(SNS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폭우 속 허리까지 차오른 도로를 건너 배달 음식을 건넨 사장과 이를 받아 배달 간 기사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광주 북구의 한 샐러드 가게 사장 A 씨는 지난 4일 SNS에 "7월 17일 오후 5시, 물이 허리까지 찼는데 배달 픽업해 가신 전설의 기사님을 찾는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 씨는 "이날 영상에 보이는 장소에서는 두 차례의 침수가 있었다. 영상은 두 번째 침수 당시의 모습"이라며 "첫 침수가 지나고 나서 한차례 물이 빠진 상태였고,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것 같아 배달 영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젖은 몸을 정비하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약 20~30분 사이, 첫 번째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빗물이 다시 밀려들었다"며 "우리 매장은 2층이지만 작업 공간은 1층에 있어 상황이 긴박했다. 매장 전체 팀원들과 1층에 들어오는 물을 막는 동시에 기존 주문 건들 취소와 홀에 계신 손님들 응대를 하며 우왕좌왕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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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물이 차오르기 전 주문이 들어왔던 배달 건의 기사가 도착해 있었다고. A 씨는 "설마 했는데 (가게까지) 건너오셨다. 저도 놀라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직접 메뉴를 들고 내려왔다"면서 "어제도 거센 비가 내려 저희를 포함한 인근 주민과 상인분들 모두 밤늦게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 와중에 지난 침수 때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해 주셨던 기사님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너무 감사해서 꼭 찾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인사드리고 싶다. 혹시 이 영상 속 본인이시라면 우리 샐러드 가게에서 VIP로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영상을 보면 A 씨 가게의 직원은 물이 허리까지 찬 도로로 나가 배달 기사에게 샐러드를 전달했다. 가게 앞은 마치 강처럼 변했고, 비는 계속 오는 상황이었다.

한 손에 음식, 다른 손엔 휴대전화를 든 기사는 물살에 중심을 못 잡고 휘청이기도 했다. 물살을 가르며 빠져나온 기사는 주차한 오토바이로 가 배달을 이어갔다. 오토바이 근처 역시 발목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였다.

"홍수 상황 모르고 콜 잡았다…취소 시 페널티, 플랫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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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기사는 A 씨의 게시물에 댓글을 남겼다. 기사는 "광주광역시에 400㎜가량의 폭우가 내린 날 전남대학교 정문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처음부터 도로가 침수된 줄 모르고 콜을 잡았다. 폭우 직후 해당 도로가 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지고 청소까지 진행되는 걸 직접 보고 나서 정상화된 줄 알고 콜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기사는 "홍수 상황을 알면서 무리하게 갔던 게 아니다"라며 "현장에 도착했을 땐 갑자기 다시 도로가 물에 잠긴 상태였고, 이미 통행은 막혀 있었다. 멀리서 콜을 잡고 온 그 상황에서 배달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도로를 건너야 했고, 당시 물살이 꽤 강해 중심을 못 잡으면 휩쓸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라며 "현장에 계시던 경찰마저도 '다시 건너지 말라'고 하셨지만 고객님께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길을 건넜다"고 부연했다.

기사는 "당연히 할 일은 한 거고, 저는 무사히 살아 있다. 제가 다 건너가서 받아도 되는데 나와서 받아주신 사장님께 감사드린다"며 "돈 많이 받으니까 강 건넌 거라고 하시는데 당시 샐러드 콜비는 7000원밖에 안 됐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기사는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이건 개인의 무모함이 아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콜이 배정되고, 취소 시 페널티가 부과되는 시스템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행동이 목숨 걸 만큼의 대가가 아닌 건 저도 그렇고 기사들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우리는 플랫폼과 고객 사이에서 그저 제시간에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구조 안에서 일하는 기사가 겪는 현실을 함께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