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 악화에도 영양주사만"…반려견 사망에 수의사 과실 인정

동물의료 8월호, 의료사고 판례 분석 소개

대한수의사회 학술지 8월호에는 상태 악화에도 동일한 처치만 반복한 동물병원 수의사의 의료과실 인정 판례가 소개됐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동물의료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수의사의 과실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진료기록 감정의 중요성과 경과 관찰 의무, 그리고 치료의 적절성 여부가 수의사의 책임 판단에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28일 대한수의사회는 학술지 '동물의료' 8월호를 통해 이 같은 의료사고 판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고 밝혔다. '생활법률' 코너에서는 한두환 법무법인 세림 변호사가 수의사의 의료과실이 인정된 사례를 분석하며 치료 판단 과정에서의 적절한 조치와 보호자와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사례는 수의사 A 씨가 반려견 '순돌이(가명)'의 혈액검사 결과에서 염증, 신장질환, 췌장염 등이 의심되는 이상 수치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심층 검사 의뢰나 2차 동물병원 전원을 권유하지 않고 면역주사와 영양주사만 반복한 점이 문제가 된 사건이다.

법원은 A 씨가 상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치료 방향을 바꾸지 않은 채 동일한 처치를 반복했고, 보호자에게 순돌이의 심각한 건강 상태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실을 인정했다. 또 순돌이가 사망 당시 A 씨의 진료 아래 있었으며, 3개월 전 다른 동물병원 진료기록에서 '활력징후 양호'로 평가됐던 점을 근거로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는 '진료기록 감정'이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진료기록 감정은 수의사가 남긴 치료 명세, 검사 결과, 처치 내용 등을 제3의 전문가나 감정기관이 분석해 진료의 적절성과 과실 여부를 평가하는 절차다. 의료소송에서 환자 측이 과실과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번 사건에서도 순돌이의 치료 과정과 수의사의 대응이 충분했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됐다.

법원은 이 진료기록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A 씨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순돌이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보호자에게 청구한 진료비 또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두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의료소송에서는 환자 측이 과실과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지만, 진료기록과 치료경과 등을 통해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납득 가능한 경우라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며 "이러한 판례 법리가 동물의료 분야에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수의사회 학술지 동물의료 8월호 표지(대한수의사회 제공) ⓒ 뉴스1

한편, 이번호 특집 코너에는 최근 방한한 미국 텍사스 A&M 대학의 요르크 M. 슈타이너 교수와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한 췌장염 진단 특별 좌담회 내용도 실렸다. 좌담회에서는 반려견과 반려묘에서 췌장염의 최신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외에도 이번 회차에는 반려동물, 농장동물 임상 정보는 물론 동물원 이야기, 문화 소식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겼다. 동물의료 8월호는 오는 31일 발간돼 8월 첫째주부터 회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학술지 관련 문의는 대한수의사회로 하면 된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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