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간 새 친정엄마 유품 3500만원어치 증발…딸 피아노 학원장 "빚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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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여행 갔다 온 사이 친정엄마가 물려준 유품과 아이 돌반지 등 3500여만 원 상당의 귀금속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딸의 피아노 학원 원장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 1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 A 씨는 5월 초 가족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뒤 액세서리 통을 열었다가 비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이 돌 반지를 넣어둔 서랍장도 텅 비어 있는 등 총 3500여만 원어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A 씨는 "없어진 귀금속 절반 이상이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물려준 유품"이라며 "외부인 침입 흔적이 안 느껴져서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해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아파트 CCTV도 확인했다. 그때 웬 수상한 여성의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여성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최대한 가렸지만, A 씨는 한눈에 알아봤다. 바로 초등학생 딸이 5년 넘게 다닌 피아노 학원의 원장이었다.

신고 일주일 뒤 검거된 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A 씨 집을 비롯해 다른 학생들 집에 침입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원장은 돌연 "아이들 수업을 주말로 옮겨도 될까요?"라고 물은 뒤, 학부모들이 안 된다고 하면 그 이유를 캐물었다. 학부모들의 대답으로 집이 언제 비는지 파악하려고 한 것이다. 또 원장은 홈캠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제가 이 아파트로 이사 오려고 하는데 집 구조가 궁금하다. 집 안 좀 보여줄 수 있냐"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A 씨는 "딸을 집 앞까지 데려다준 적도 많았다. 근데 아이가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갈 때 그걸 살펴본 것 같다. 아이 말에 따르면 동영상을 촬영하는 소리도 들렸다더라"라며 "심지어 애한테 '선생님이 너희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하는데 비밀번호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 너희 비밀번호는 뭐니?'라고 묻기까지 했다. 아이는 가르쳐주지 안핬지만, 나중에 아이 생일이랑 전화번호를 다 조합해서 비밀번호를 푼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에 "돈 없다" 가불 요청도…피해자가 되레 합의 애원

또 다른 피해 학부모는 "학원을 다른 데를 다녀볼까 싶었는데 애들이 너무 좋아했다. 근데 원장이 학원비 두 달 치를 먼저 좀 내주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애를 안 보내려고 했다"며 "원장이 돈이 없는데 좀 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해서 딱 잘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장은 다른 학부모들한테 가불해서 학원비를 받아 갔다고 한다. 그렇게 피해자는 현재까지 총 4명이며, 4명의 원생 집에서 입은 피해를 합해보니 무려 5500만 원어치였다.

A 씨는 "결혼기념일 때 받았던 목걸이나 반지도 사라졌다. 찾을 길이 없다"며 "아직 피해 본 사실을 모르는 원생들이 있을 거다. 왜냐하면 저도 처음에는 몰랐다. 밖에서 들어온 흔적이 없었고, 액세서리를 찾다가 텅 빈 서랍장을 보고 그제야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원장은 재판에 넘겨졌다며 "너무 괘씸했지만 계속 합의를 요청했다. 엄마 유품 찾는 데만 관심 있으니 그것만 돌려주면 괜찮다고, 선처해 주겠다고 사정했다. 유품의 행방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어느 순간 원장과 연락 두절됐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원장은 경찰에 "금은방에 팔았다"고 진술한 반면, 면회 온 가족들에게는 "사채업자한테 넘겨서 행방을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A 씨는 "경찰한테 '내가 (사채업자한테) 돈을 주고 사겠다'고 애원했지만 수사 기밀이라고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원장의 범행 동기는 '빚'으로 밝혀졌다. A 씨는 "학원 원장과 학부모의 사이보다 훨씬 가까웠다. 학원비 가불 요청도 들어주고 집안 형편에 건강 상황까지 공유하며 함께 울고 웃는 관계였다"며 "원장이 지갑 놓고 와서 주유소에서 돈을 못 낼 때 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원장은 지금까지 사과도 없고 합의 요청도 거절해 배신감이 든다. 딸은 자기가 문 여는 거 보여줘서 도둑맞았다고 충격받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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