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노점상 할머니에 비상금 턴 학생…엄마도 "콩 잘 사왔다"[영상]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경기도의 한 중학교 남학생이 폭염 속 거리에서 농작물을 내다 파는 할머니를 지나치지 않고 현금을 건넨 모습이 누리꾼들에게 훈훈함을 안겼다.
지난 8일 SNS 이용자 A 씨는 "경기 동두천중학교 남학생의 선행을 칭찬한다"며 목격한 장면을 영상으로 공유했다.
A 씨는 "공방 앞에 한 할머니가 직접 수확한 농작물을 한 번씩 팔러 나오시는데, 오실 때마다 호박잎이나 부추 등을 사드렸다"며 "오늘은 현금이 없어서 음료수만 가져다드리고 지켜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때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할머니에게 다가가더니 허리를 숙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농작물 이름이나 가격도 물어보면서 대화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할머니 앞에서 한참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땀을 닦으면서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A 씨는 "주머니 속 지갑을 만지작거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잔돈이 없어서 고민하는 모습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할머니가 학생에게 농작물을 이것저것 보여주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학생은 결국 할머니 손을 붙잡고 근처에서 잔돈을 바꿔왔다고 한다.
A 씨는 "학생은 할머니께 돈만 쥐여드리고 농작물은 안 가져가도 된다고 한사코 거절했다. 할머니는 뭐라도 챙겨주시려고 했다"며 "학생은 결국 콩 한 봉지를 집어 가면서 되레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하고 웃으며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이어 "칭찬해 주고 싶고 부모님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 얼굴 안 가리고 영상 올린다"면서 "더운 날 고생하시는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예뻤다"고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제가 불러서 음료수 사주고 싶었는데 너무 행복해하면서 가길래 저도 지켜보며 웃었다"고 덧붙였다.
영상 속 주인공은 동두천중학교 2학년 옥 모 군(14)이다. 그는 지난 7일 오후 3시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노점 할머니를 마주쳤다고 한다.
옥 군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할머니께서 '물건 좀 보라'면서 절 부르셔서 다가간 것"이라며 "할머니도 저도 잔돈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옥 군의 주머니에는 5만 원짜리 한 장이 있었다고. 그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손을 꼭 붙잡고 근처 휴대전화 가게에서 1만 원짜리로 바꿨다고 한다. 이후 할머니에게 절반이 넘는 3만 원을 건넸다며 "'뭐라도 가져가라'고 하셔서 강낭콩 봉지를 집어 들었다"고 밝혔다.
옥 군은 '가진 돈의 절반을 넘게 썼는데 괜찮냐?'는 질문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할머니께서 물건을 빨리 팔고 집에 가서 쉬시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꼭 필요할 때 쓰려고 모은 비상금이었는데 그날이 돈을 써야 할 때였던 것 같다.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 사연을 접한 윤태숙 동두천중학교장은 "학생과 만나 교장실에서 폭풍 칭찬했다. 정작 본인은 SNS를 안 해서 모르고 있었다. 학생 어머님과도 통화해 자랑스럽게 잘 키우신 아드님에 대해 감사함을 전달했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또 윤 교장은 "어머님은 강낭콩을 들고 온 아들에게 잘했다고 하셨다더라. 너무 좋아하셨다"면서 "하계 방학식 때 전교생 앞에서 모범상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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