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들여 공공동물병원?…"기존 동물병원 활용이 더 현실적"
경기도 공공동물병원 정책토론회 개최
수의계, '기존 인프라 활용' 대안 제기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공공동물병원 도입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민간 인프라를 활용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27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 공공동물병원,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에서는 공공동물의료기관 설립의 필요성보다 선행돼야 할 법적 정의, 역할 설정, 지속 가능성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김영기 위원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송치용 경기도수의사회 수석부회장 △손성일 경기도수의사회 권익옹호위원장 △홍기옥 농림축산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과장 △변희정 경기도 반려동물과 과장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가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미래정책부회장은 "공공동물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가장 먼저 법적·제도적 기반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의 공공의료는 헌법과 보건의료기본법, 지역보건법 등 56개의 법령에 근거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동물의료는 관련 법조차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법적으로 '동물의료'라는 개념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공공의료란 보편적인 이용 보장을 기반으로 성립되는 개념이지만, 동물의료에는 아직 이를 규정할 사회적 합의와 법적 기준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우 부회장은 대안으로 미국의 공공동물의료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대학, 지방정부, 커뮤니티 단체가 협력해 비영리 클리닉 형태로 공공 반려동물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공공기관이 정책과 재정을 맡고, 대학은 의료 서비스와 교육, 연구를 담당하며, 지역 커뮤니티가 장소 제공과 홍보를 맡는 삼각 협업 구조가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신규 병원 신설보다는 기존 동물병원, 대학, 수의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현실적인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토론에 나선 수의계 관계자들도 공공동물병원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송치용 경기도수의사회 수석부회장은 "공공동물병원은 요구되는 진료 수준에 비해 수의사와 동물보건사 등 필수 인력은 반드시 필요해서 연간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며 "효율성이 떨어지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진료 품질도 담보할 수 없어 시민 호응을 받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손성일 경기도수의사회 권익옹호위원장도 "동물복지 향상이라는 목표에 공감하지만, 공공동물병원 설치가 능사는 아니다"며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바우처 사업처럼 민간 동물병원과 협력해 취약계층에 진료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병원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수의계가 동물복지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변희정 경기도 반려동물과장은 "현재 도에서 운영 중인 반려마루의 수의직 공무원도 진료와 행정을 병행할 정도로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며 "공공병원 도입에는 충분한 인력 확보와 예산 뒷받침이 전제돼야 하며, 무엇보다 폭넓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옥 농림축산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 과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공공동물병원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실적인 대안들이 향후 제도 설계와 정책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민수 김포시수의사회 회장은 "지난해 개소한 김포시 공공진료센터는 수의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됐다"며 "진정한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정치적 필요가 아닌, 목적에 충실한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 경북 대형 산불 현장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해당 지역의 동물병원 인프라 부족을 절실히 느꼈다"며 "공공동물병원이 필요하다면 그런 지역에 우선 도입돼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농어촌과 취약계층 등 동물보호 사각지대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현실"이라며 "이번 토론회가 그 해법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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