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사회'서 도서전 매진 행렬…"모순적"이라지만

성인 1년에 4권도 안 읽는데…서울국제도서전 얼리버드 완판
"'텍스트 힙' 유행 주효…책으로 소통하는 기회 많아져야"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는 19개국 452개 사가 참여해 도서 판매를 비롯해 강연, 사인회 등을 진행한다. 2024.6.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강서연 기자

"사람들이 언제부터 책을 읽었다고…지난해 10권 사 온 제가 못 들어가다니요."

18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선 입장권 현장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앞서 '얼리 버드'(조기 할인 판매) 단계에서 완판됐기 때문이다. 3년째 도서전에 다녀오려고 했다는 이지현 씨(29)는 "당연히 지난번처럼 현장 판매를 진행할 줄 알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입장권을 판매하며 표수를 조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주최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실내에서 진행되는 행사라 안전과 사고에 대비해 수용 가능한 인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책 안 읽는 사회'에서 도서전의 인기는 연평균 독서량 추이와 정반대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도서전은 지난 2022년 관객 10만 명을 돌파하며 급격하게 상승했다. 2023년에는 13만 명, 지난해에는 15만 명을 돌파하며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도 입장권이 일찍이 매진된 만큼 지난해 기록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연간 종합 독서량은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합산 3.9권에 불과했다. 2019년 7.5권, 2021년 4.5권보다 적어진 감소 추세다. 또 독서를 좋아하는 국민은 성인의 18.3%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자 "모순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스레드'의 독서 관련 계정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정도의 인기라면 출판 시장의 판매량이 적을 리가 없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적은데 도서전이 매진되다니 모순", "책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많은 건가" 등 도서전 매진이 곧 독서 문화가 확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25도까지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17일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책 읽는 맑은 냇가에서 시민들이 의자에 앉아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5.17/뉴스1

도서전 인기의 배경에는 책 읽기에 대한 관심 외에도 SNS에서 확산한 '텍스트 힙' 열풍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텍스트 힙은 SNS 등에서 책을 읽는 행위를 멋지게 보는 문화를 일컫는다. 책이 인증 콘텐츠 중 하나로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 읽는 습관과 문화가 확산하기 위해서는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독서 행위를 SNS에서 드러내는 방식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한 단계 나아가서 진짜 책을 읽은 뒤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데 온라인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책을 매개로 하는 도서전을 비롯한 박람회 같은 행사들,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나야 실제로 책 읽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새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구경'하는 문화가 더 두드러진다"며 "도서전과 같은 행사도 책 읽기를 익숙하게 하는 데 효과가 있고 실제로 책을 읽도록 하는 행사를 통해 책 읽기에 몰입하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