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해결 못하고…불투명해진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

고용부·서울시 함께 추진…본사업 대신 시범사업 1년 연장
오세훈 "저렴한 비용 어려운 것 인정…외국인 인력은 필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해 입국할 당시 모습.2024.8.6/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지난해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추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사업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고용노동부와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시는 논란이 됐던 고비용 문제보다는 제도 안착에 방점을 찍고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16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본 사업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정부와 이 사업에 대해 협의를 거쳐야 하는 상태"라며 "서울시는 앞으로 돌봄 인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초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에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해 왔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저렴한 외국 인력을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고, 앞으로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사업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에서 6개월간 시범 사업을 거쳤으며 본사업 시행을 결정하지 못한 채 시범 사업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가장 쟁점이 된 건 '비용' 문제였다. 서울시는 이용 가정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월 100만 원 정도인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을 들며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해 왔으나 정부는 난색을 보였고, 사업은 표류해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도 저비용보다는 제도 안착에 다시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오 시장은 "인력 돌봄 수요자들의 경제 형편을 고려해 저렴하게 노동력을 공급하려고 했으나 우리나라 형편상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며 "양질의 외국인 인력이 들어와서 노동력 부족 분야에 고루 배치돼서 최적 상태에서 활용되게 해야겠단 게 기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범 사업 당시 비교적 높은 비용에 사업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었다. 사업 초기 서비스 신청가구의 40%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에 집중됐다. 결국 고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가정에서만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의 시범사업이 연장되면서 올해 3월부터 이용 요금은 기존(1만3940원)보다 20% 더 늘어 시간당 1만6800원으로 오른 상태다. 주 40시간(하루 8시간) 이용 시 월 이용 요금은 약 290만 원이다.

이 외에 시행 초기 불거진 가사관리사 무단이탈, 인권 침해 논란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지난 12일 개최한 '필리핀 돌봄노동자' 관련 토론회에서는 이들이 애초 돌봄노동을 한다는 명목과 달리 잡다한 가사 업무에 치이고 있다는 등 내용의 인터뷰가 공개되기도 했다.

당초 시범사업에 비판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으로 본 사업 시행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E-9 비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협조가 없으면 서울시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