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곧 재혼할 텐데 생활비 좀…" 1억 받아 간 뒤 이별 통보, 잠적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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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재혼을 빌미로 1억 원을 가져간 여자 친구에게 사기죄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지난 1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인 50대 남성 A 씨는 새출발을 꿈꿨다가 배신으로 끝난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11년 전 단골 음식점 사장으로부터 한 여성을 소개받았다. 당시 A 씨는 이혼 후 아내가 아들을 키워 홀로 지내며 외로운 상태였고, 상대 여성 역시 싱글맘으로 딸을 키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보니 금세 친해져 재혼을 전제로 진지한 만남을 이어갔다.

문제는 여자 친구의 경제력과 돈을 요구하는 태도였다. 여자 친구는 장사가 안돼 직원을 잘랐다면서 A 씨에게 무급으로 일해달라고 요구했고, 손님이 없으니 밥을 사달라고도 했다. 어느 순간 A 씨는 여자 친구의 끼니까지 챙겨주게 됐고, 여자 친구는 "어차피 우리 곧 재혼할 거니까 미리 챙겨준다고 생각해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자 친구의 요구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A 씨는 "생활비를 보태달라는 걸 시작으로 금전적인 부분을 요구하더라. 장 보면 15만~20만 원 정도 제가 계산하게 하고, 돈 없다고 관리비 보내달라고 했다. 늦게 보내주면 혼났다"면서 "그래도 전 어머님께도 인사드렸으니까 여자 친구를 완전히 믿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여자 친구는 "친구들 다 명품 가방 있는데 나만 없어서 꿀린다. 재혼할 아내한테 이거 사주는 게 아까우냐?"며 가방이나 지갑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A 씨 부모를 만난 자리에서는 대뜸 "저희 재혼하려는 데 집 살 돈 좀 보태주시면 안 되냐?"는 이야기도 했다. A 씨 부모는 당황하면서도 며느리의 부탁에 선뜻 3000만 원을 지원해 줬다고 한다.

이후 여자 친구는 여기에 자기 돈을 보태 본인 명의로 새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A 씨에겐 "아직 내 딸이 어려서 시간이 필요하다"며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여친, SNS서 명품 자랑·공구로 용돈벌이 '이중생활'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자 친구의 이중생활이 들통난 것. A 씨는 "친구가 SNS에서 제 여자 친구를 봤다더라. 유명한 인플루언서였다. 저한테 받은 가방을 자랑하면서 다른 사람들 상대로 공동 구매를 진행하더라"라며 "왜 그랬냐고 물으니 여자 친구는 'SNS는 용돈벌이용이고, 허세 부린 거다'라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여자 친구가 "남자 중에는 헤어지고 난 뒤 데이트 비용이나 선물값 돌려달라는 사람도 있다더라"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때 A 씨가 "금전거래는 확실하게 하는 게 좋다"고 말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여자 친구가 이별을 통보했다.

A 씨는 "여자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를 살펴봤다. 근데 여자 친구가 팔을 다쳤다며 사진을 보내고선 수술비 500만 원을 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이제 와서 사진을 보니까 2년 전 사진으로 거짓말하고 돈을 받아낸 것이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여자 친구한테 전화했더니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더라. 그동안 통장 내을 확인해 봤는데, 여자 친구와 10년간 사귀면서 장 본 거나 배달비, 데이트 비용을 제외하고 이체해 준 순수 현금만 1억 원이 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인을 통해 여자 친구와 겨우 연락이 닿았고, 부모님이 준 결혼 자금 3000만 원이라도 돌려달라고 했다. 여자 친구는 '그때 재혼하려던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 너도 앞으로는 이 악물고 살아라'라고 했다. 이 정도면 혼인 빙자 사기 아니냐"고 억울해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재혼하려고 했던 게 진심이라는 얘기는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때 재혼하려고 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사기죄가 성립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며 "다만 2년 전 사진을 가지고 수술비 500만 원을 받아 간 것은 기망행위가 인정돼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