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문제 없어도…발달장애인 수사시 조력고지 의무는 필수"
인권위, 수사 시 장애 여부 확인·조력 필요성 고지 미흡한 경찰에 주의
"외관상 이유로 단정 불가…피조사자 장애 확인 의무는 조사자에게"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장애 여부 확인과 조력 필요성 고지가 미흡했던 경찰관들에게 주의 조치를 권고했다.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앞서 접수된 진정 2건과 관련해 피진정인 경찰관 4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해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 장애인 차별을 한 것으로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
사법기관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경찰 인권 보호 규칙에 따라 사건관계인에 대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경찰관이 장애인을 상대로 조사할 때는 장애 유형에 적합한 조사 방법을 선택하고 실시해야 한다. 즉 피조사자의 장애 여부 및 유형 등을 확인할 의무는 조사자에게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법적 절차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 A는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임에도 "피해자가 스스로 장애인임을 알리지 않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며 "신뢰관계인 동석 규정 등을 고지해야 한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조사 대상자가 "발달장애인이 아니다"라고 답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형사·사법 절차상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해당 사건기록에는 조사 대상자의 장애인복지카드 사본이 편철돼 있었다.
인권위는 "피조사자의 장애가 외관상 드러나지 않았다거나 수사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장애 여부를 단정해 버릴 위험이 있다"며 "이 점을 유의해 진행한다면 장애인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한 경찰관은 피조사자 수사 접견 시 발달장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흔히 경찰서에서 조사할 때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접속해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 자동으로 발달장애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현출되지만 수사 접견 시에는 이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인권위는 "조사가 이뤄지는 장소가 경찰서가 아니라고 해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효력이 부인되는 것도 아니고, 형사·사법 절차상 발달장애인에 대한 권리보장이 조사장소에 따라 다르게 이뤄질 수는 없다"며 "조사 여건이 피해자에 대해 권리보장이 미비했던 점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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