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구속에 공수처 기사회생…묵비권·조사 거부 등 난관 예상

'내란 혐의' 尹 헌정사 최초 구속…공수처 두번째 구속 성과
검경 지원 속 尹 신병확보…빈손으로 검찰에 넘길 우려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1.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의왕=뉴스1) 김기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성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한 차례 실패하면서 존폐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구속에 성공하면서 논란을 일부 잠재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조사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돼 얼마나 진전된 수사 결과를 검찰에 넘겨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 또다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차은경 부장판사는 형법상 내란(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끝에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19일 발부했다. 18일 오후 2시 영장실질심사 개시 후 약 13시간 만의 일이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출입을 봉쇄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구금을 시도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및 직원 체포·구금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공수처는 그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마다 고배를 마셔 수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구속에 성공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일부 떨쳐낼 수 있게 됐다.

공수처 출범 이후 4년 동안 피의자 신병 확보에 성공한 사례는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및 선관위 직원 체포 의혹을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 사례가 유일했다.

공수처의 첫 인지 사건인 '경찰 고위 간부 뇌물 수수 사건'과 감사원 간부 뇌물 수수 사건 그리고 검찰 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은 번번이 기각됐다.

여기에 지난 3일 대통령경호처의 육탄 방어에 막혀 윤 대통령의 첫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5시간 30분 만에 중단되면서 공수처 무용론, 폐지 주장에 불이 붙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모습을 보인 점에 공수처장으로서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국민께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까지 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은 공수처 단독으로 이룬 성과라고 보긴 어렵다. 검찰과 경찰이 공수처에 제공한 계엄 사태 수사자료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을 체포하고 11시간 가까이 조사했지만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해 피의자 신문조서는 사실상 백지상태다.

이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 장성의 검찰 진술 자료를 건네받아 혐의 입증에 만전을 기울였다.

공수처는 지난달 28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로부터 400여쪽 분량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피의자 심문 조서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 16일까지 총 1400여쪽 분량의 수사 기록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았다. 또 공조수사본부에 참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도 공수처에 그간의 수사 기록을 제공했다.

공수처는 이를 바탕으로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사 기록을 포함해 약 150여쪽에 달하는 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끝내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은 체포 기간을 포함해 10일이고, 한 차례 연장해 최장 20일 동안 구속할 수 있다. 법원이 체포적부심을 심사한 시간과 구속영장을 심사한 기간은 구속 기간에서 제외된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구속하긴 했지만 향후 수사는 난항이 예상된다. 아무 성과 없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검찰과 공수처는 내란 피의자 기소 전 구속 기간을 20일로 합의하고, 구속기간 연장 시점인 10일째가 되기 전 검찰에 사건을 송부하기로 했다.

공수처는 구속기간 동안 윤 대통령을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앞선 조사와 같이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불출석하는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향후 법과 절차에 따라 피의자 윤석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