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저지 이어 관저 요새화" 경호처 '尹 방탄'…'폐지론' 점화
체포영장 가로막으며 논란 증폭, 야당 폐지 법안도 발의
해외 주요국, 경찰이 경호 담당 "정치 중립 구조로 개편해야"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은 대통령 경호처가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경호처의 거센 저항에 체포영장 집행에 한 차례 실패했고 2차 집행에 대비해 철조망 등을 동원하며 관저를 요새화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경호처가 사실상 대통령 친위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이어 야권을 중심으로 '경호처 폐지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경호업무를 경찰에 넘겨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호처는 국가 원수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경호처장은 차관급으로, 주로 측근이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경호처장이 '권력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경호처는 '하나 된 충성, 영원한 명예'를 처훈으로 삼을 만큼 국가 원수만을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것도 충성심 높은 경호처의 특수성이 작용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통령 안전을 존재 가치로 삼는다 하더라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까지 막아서는 경호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가로막혀 5시간 반 대치 끝에 철수했다. 2차 집행을 앞두고는 차벽과 철조망으로 관저를 '요새화'하면서 한남동 관저 앞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비롯한 경호처 간부들이 체포영장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되면서 경호처 내부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박 전 처장이 사퇴한 이후 조직 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성훈 차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내부에서 수뇌부 간 균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경호처가 대통령 사병으로 전락했다며 경호처를 폐지하고 경호업무를 경찰로 이임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경호처가 권위주의적 군사 정권의 산물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호처는 대통령실 직속 기관이다 보니 불법행위와 관련 없이 대통령 개인에게 소속감과 충성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금 경호처의 논리대로라면 대통령이 구속영장이 발부돼서 수감될 경우 교도소 안에서도 경호해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대통령 경호업무를 직속 기관이 아닌 경찰에서 담당한다는 점도 경호처 폐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일반적으로 권위주의 국가일수록 경호처의 힘이 세다.
일본은 경찰청과 경시청이 경호를 맡는다. 프랑스는 경찰청 요인경호실, 영국은 런던 광역경찰청 산하 조직에서 대통령 경호를 담당한다. 미국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은 경찰 조직은 아니지만 백악관 직속이 아닌 연방 국토안보부 소속이다.
한국에서도 경호처의 지위와 소속 등을 축소·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에는 이르지 못했다.
경호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63년 창설된 이후 독재정권 산물이라는 이유로 부침을 겪어왔다. 이명박 정권 때 경호처로 격하됐다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경호실로 다시 격상됐다.
뒤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임 정부에서 최순실 씨 등 비선 실세나 비공식 의료진이 청와대에 출입한 일을 계기로 경호처를 경찰청 소속으로 개편한다는 공약을 냈다. 그러나 출범 뒤에는 경호처로 격하하며 힘을 빼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60년간 경호 업무에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돼 온 조직을 아예 없애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자칫 경호 전문성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 때도 전문성을 갖춘 독립 경호 기관이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호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경찰청을 먼저 정치적 중립이 될 수 있는 구조로 바꾼 뒤 경찰에 경호 업무를 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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