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조지호 "尹, 계엄 끝나고 고생했어…고백하니 맘 편해"

조지호 측 "尹이 준 문건, 국방부 사용 양식…'계엄 지연' 전화"
"진실 얘기하니 마음 편해"…혈액암 투병으로 진료 후 복귀

조지호 경찰청장이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13차 전체회의에서 법안 통과에 따른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김민수 남해인 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군이 조 청장에게 위치추적을 요청한 인사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현직 법관도 포함됐다고 털어놨다.

조 청장의 변호를 맡은 노정환 변호사는 1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조 청장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이 포함된 15명가량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 중 1명은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는데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조지호 경찰청장의 입장을 말씀해달라.

▶계엄군의 국회 장악, 정치인 체포 등과 관련해 3차례에 걸쳐 항명했다. 항명을 통해 방해함으로써 오히려 계엄 사태 종결을 앞당겼으므로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변론의 요지다.

-3차례 항명의 요지가 무엇인가.

▶먼저 대통령 서면 지휘에 대한 1차 항명이다. 대통령이 안가로 불러 국회, 언론사 등 10여곳의 접수할 기관을 전달했지만 조 청장은 귀가 후 말도 안 되는 지시라고 생각해 서면 지휘서를 찢어버렸다. 두 번째는 방첩사령관의 요구 거부다. 2일 22시 30분쯤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안보수사관 100명 지원 △정치인 15명 위치 정보 확인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3곳 경비인력 지원 요청을 받았다. 불상사에 대비해 선관위 경비 인력을 지원한 것 외에는 부당한 지휘로 판단해 이행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이 직접 6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으나 불법적 지휘로 판단해 모두 거부했다.

-대통령과 안가 회동 때 어떤 말이 오갔는가.

▶3일 오후 7시 20분에 윤석열 대통령과 정확히 5분간 대면했다. 이때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국회 탄핵, 종북 세력 등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굉장히 결연한 목소리로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5분 정도 말씀하고 A4 용지를 주고 갔는데 여기에 국회, 언론사, 여론조사 꽃 등 장악할 기관 10여 곳이 적혀 있었다.

-대통령이 처음에 안가로 부를 때는 뭐라고 하면서 부르던가.

▶아무 이유도 언급하지 않은 채 경호실장이 만나자고 했다. 시간대가 저녁이라 밥 먹자는 건가 하고 갔다고 한다. 거기 김용현 장관도 배석하고 있었다.

-회동 이후에는 어떻게 대응했나.

▶조 청장은 당시 말도 안 되는 지시라고 이해했다. 대통령과 회동을 마치고 난 뒤 김봉식 서울청장과 '우릴 시험하는 건가', '모의 훈련인가'라고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 공관으로 돌아왔다. 조 청장은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이 통과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전화와서 상황이 지연되고 있다고도 했다. 조 청장은 어차피 안되겠구나 생각했고 대통령이 전달한 A4 용지를 찢어버렸다.

-찢어버린 A4 종이는 공관에 남아있나?

▶청소 업체가 와서 청소해 준다고 하는데. 아마 자연스럽게 버려졌을 수도 있겠다.

-전화 지시에 대한 세 번째 항명은 무엇인가.

▶포고령이 내려지고 국회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조 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6번 걸어서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했다. 계엄법 위반이니 체포하라는 취지였다. 대통령은 당시 일방적으로 말하고 끊고, 다시 또 일방적으로 말하고 끊고 그랬다.

-대통령과 통화 녹취는 없나

▶없는 걸로 안다. 대통령과의 통화를 어떻게 녹취하겠나.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참모들한테 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 묵살했다고 한다.

-국회를 통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상황은?

▶처음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포고령이 내려진 뒤 법적 근거가 생겼으니 따르라고 계엄사령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포고령을 위반하면 구금되고 체포될 수 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경찰들이 막으려고 하면 다 막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떼거리로 월담하는 건 막되 한두 명씩 가는 건 내버려두라고 지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월담으로 다 들어갈 수 있었던 거다.

-당시 어떤 생각으로 국회를 봉쇄한 건가.

▶조 청장은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월담하는 이들을 내버려두라고 한 거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 기능이 작동했다고 봐야 한다.

-계엄령이 해제되고 나서 대통령한테 전화가 왔다고.

▶대통령한테 전화 왔을 때 혼날 각오로 받았는데 오히려 윤 대통령이 "아냐 수고했어. 조 청장 덕분에 빨리 잘 끝났어"라고 얘기했다. 조 청장은 대통령의 전화를 듣고 지시 불이행이 국회 계엄 해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도 알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역시 '대통령이 대인배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A4 용지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현직 법관 이름도 적혀있었던 것 맞나.

▶15명 명단 받은 것 중에 있었다. 정확히 맞다. 모르는 이름이 나와서 방첩사령관에게 누군 누군지 물어봤고 설명해 줘서 기억한다고 했다.

-계엄령 이후에 사표 내겠다는 의사 밝혔었나.

▶조 청장은 국회를 통제할 때부터 이게 공직에서의 마지막 결단이겠구나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이후 행정안전부 인사 라인에 있는 관계자에게 전화해 사표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랬더니 그 관계자가 "나라를 구했는데 왜 사표를 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조 청장의 현재 심경은.

▶두 가지를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그날 사표를 냈어야 하는데 마치 자신이 조직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처럼 될까 봐 사표 의사를 관철하지 못한 점. 그리고 국회에 증언 나가서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 때문에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것.

자신은 최선을 다해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를 받든 홀가분하다고 했다.

-어제 건강 문제로 진료받았는데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떤가

▶건강 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 암 투병 중이다. 수치가 거의 한계까지 내려온 상태다. 어제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는데 묵묵히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유치장으로 돌아왔다.

-국회에서 위증한 건 인정하는 건가.

▶본인이 다 인정한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봤어야 하는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기는 소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평가든 달게 받겠다고 한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참 죄송하고 미안해하고 있다. 본인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