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만 끊을 수 있을 거 같아요"…마약 중독자 10명중 6명 '절규'
실형 6번 A씨 5년째 회복 강사로 "가족 덕분에 극복"[일상된 마약]⑩
- 유민주 기자,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박동해 기자 = "약 끊는 게 그렇게 네 마음대로 잘 안 되냐?"
2005년 이동욱 씨(54·당시 35세)의 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아들 방문을 먼저 열고 들어오시는 분이 아니었다. 항상 거짓말을 하던 이 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약 중독자로의 삶을 스스로 마치려 자살 시도를 한 뒤였다. 다리에 깁스를 한 이 씨의 곁으로 다가간 아버지는 그렇게 아들과 한참을 울었다.
그해 이 씨는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실형을 살고 출소를 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재기를 위해 평생을 붓던 연금을 깼다. 누구보다 이 씨를 믿고 응원한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과자인데 뭐 어떻게 먹고 살겠나, 탈거라도 있어야 다시 일어나지”라며 차 키를 손에 쥐어줬다. 이 씨도 새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매달 어머니가 연금에 붓던 돈에 조금 더 얹어서 갚아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시 필로폰에 취해 있었다. 출소한 지 6개월도 안 돼서였다. 그때 이 씨는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숨이 붙어 있는 한 자신을 믿어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밖에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처음 자살을 결심했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졌어요. 내 삶을 컨트롤할 자신.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없었어요. 그래서 높은 곳에 올라가서 뛰어내렸어요. 근데 머리가 안 깨지고 다리만 부러졌어요. 그래서 집에는 못 들어가고 친구한테 신세를 졌죠."
병원도 안 가고 부어오른 다리로 무작정 집에 찾아온 이 씨를 본 친구는 술로 마음을 달래주다가 이 씨의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결국 자신을 데리러 온 아버지를 따라 치료를 받고 다리에 깁스를 한 이 씨는 한동안 방안에 고립됐다. 하지만 그 후로 마약은 이 씨의 일상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마약 중독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환청, 환시다. 눈으로 읽던 악성 댓글이 실시간으로 귀로 들리는 현상이다. 언뜻 스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 귀에다 대고 이야기 것만 같다. 이 씨가 방 안에 있을 때도, 길거리에 걸어 다닐 때도 확실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너 하나 없어지면 깨끗하게 모든 게 끝나는데 죽지 그러냐?"
증상이 나타나자 이 씨는 부모님의 권유로 처방받은 정신과 약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복용한 지 일주일만에 약을 끊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같은 페이지에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판단력이 빠르고 일머리도 있어서 센스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이 씨는 그런 자기 자신이 낯설어졌다. 정신과 약을 먹다가 '자아'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또 정신과 약에 의존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생겼다.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중독자에게 정신과 약이 어느 정도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마약 중독자들이 회복을 위해 평생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고 이 씨는 강조했다. 정신과 약 복용을 위해 조절하고 참아야 할 것들이 생길 바에 차라리 마약을 한번하고 말 것 같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단약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중독자의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씨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가족의 걱정과 도움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10대 때 동두천 인근에 살면서 처음 대마초를 접한 그는 20대 후반에 가장 믿었던 후배가 건넨 필로폰을 경험하게 되면서 약 30년간 마약에 지배된 인생을 살았다. 총 6번의 실형 선고를 받고 4번의 자살 시도를 했다. 마지막 시도는 집에서 이뤄졌다. 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가족들이 경찰에 먼저 신고했다.
이 씨의 사례와 같이 마약류는 중독자의 정신적 문제 유발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 사고 또한 촉발한다. 2021년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마약류 사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중독자 540명 중 평생 기준 약 60%, 지난 1년 기준 30% 이상은 자살사고와 조절할 수 없는 폭력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우울과 불안 증상도 지난 일 년 기준 60% 이상, 30일 기준 45% 이상으로 확인됐다.
단약 8년 차인 이 씨가 중독자가 있는 곳을 방문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알리는 이유도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중독된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젊은 시절 알았던 중독자 두 명도 결국 마약을 끊지 못하고 자책하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주변 사람들 통해 소식을 들었는데 홍천에서 뛰어내린 사람도 있었고, 목매달아 죽은 사람도 있었어요. 저도 첫 자살 시도에서 부러진 다리가 회복된 후에도 또 마약을 했어요. 내가 죽어야 끊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렇게 '자해'하는 시간이 20년 넘게 이어졌어요"
아울러 가족과 자기 자신마저 지속해서 속이며 만들어진 불안과 긴장이 결국 '내가 사라져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불행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이끈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그가 강의를 다니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도 "출소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라는 말이다.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할 수 있다는 걱정과 맞닿아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독자들은 새로운 인생을 꾸려나가고 싶어도 의지와 상관없이 몸과 정신이 이미 망가진 사람들이다. 이 씨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5년째 회복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제주 순오름치유센터장'도 맡고 있다. 이 씨는 그들에게 끊임없이 자기 경험을 토대로 회복하는 삶을 사는 방법을 알리고 있다.
"교도소에 마약으로 몇번을 들어오는지 모르는 70대 할아버지도 흐리멍덩하게 앉아있다가 끊을 수 있다고 말하면 눈이 반짝반짝해져요. 그 사람들이라고 안 끊고 싶을 것 같나요? 죽고 싶을 만큼 끊고 싶어도 혼자 끊지 못해서 중독인 거고,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거죠"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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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이 2만 명을 넘겼다. 유흥거리로 마약류를 접하고 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된 결과다. 그러나 마약이 주는 유희의 끝에는 결국 고통만이 남는다. 뉴스1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그 두번째로 마약 중독이 주는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취재했다. 경각심 없이 손을 댄 마약은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죽음으로까지 몰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