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 의자가 없네"…사람 더 태우는 4호선, 엇갈린 평가

의자없는 열차 시범운행…"차이 없다 vs 좀더 쾌적"

10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의자없는 칸에서 시민들이 서서 출근을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열차 한 칸을 의자 없이 운행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노약자석과 임산부 배려석은 유지된다. 2024.1.1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우리 열차는 혼잡도 완화를 위해 의자 없는 칸으로 시범 운영 중입니다. 열차 이용에 참고바랍니다."

10일 오전 7시50분쯤 당고개에서 사당 방향으로 가는 4호선 열차가 출발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에 열차는 시민들로 금세 붐볐지만, 자리에 앉은 사람은 없었다. 의자가 있어야 할 자리엔 등을 기댄 채 서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객실 의자가 없는 열차'의 첫 출발이었다.

의자 없는 열차 시범사업은 출근길 4호선 혼잡도 완화를 위해 마련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부터 의자를 모두 없앤 열차를 4호선에 투입했다. 우선 출근 시간대에 열차 1칸만 시범 운영한다. 다만 의자 없는 열차에도 노약자석은 그대로 유지됐다.

해당 칸 출입문에는 '혼잡도 완화를 위해 의자 없는 칸 시범 운영 중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여기에 같은 내용의 안내 방송이 정차할 때마다 반복됐다.

오전 8시4분쯤. 한산했던 열차는 수유역부터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성신여대입구역에 도착할 때쯤엔 발 디딜 틈 없는 '지옥철' 상태가 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4호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최고 혼잡도가 193.4%로 1~8호선 중 가장 높은 혼잡도를 기록했다. 4호선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다.

의자가 있는 칸과 없는 칸의 차이는 육안으로 쉽게 구별되지 않았다. 혼잡도가 극심한 혜화역에 도착할 때쯤엔 이미 의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혼잡 구간에서 탑승한 승객들은 의자가 없는지도 모른 채 열차 입구 주변에 끼어 있다가 빠져나갔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출근길에 의자 없는 열차를 탄 변희진씨(33·여)는 "사람이 너무 많이 타서 (혼잡도 완화)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어차피 서서 가기 때문에 의자가 없어서 불편한 건 없지만, 사람들이 많이 탈 수 있어 더 붐비는 거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여성 김모씨도 "매일 4호선을 타는데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며 "사람이 워낙 많아서 효과를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릉에 거주하면서 30여년간 4호선을 탔다는 정영숙씨(60·여)는 "원래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는데 남양주 진접 쪽으로 개통되면서 사람이 늘었다. 출퇴근 시간마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고 그래서 이런 방안이 나온 거 같다"면서도 "의자를 없애서 사람을 더 채울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만큼 사고 위험도 커질까 봐 걱정된다"고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10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의자없는 칸에서 시민들이 서서 출근을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열차 한 칸을 의자 없이 운행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노약자석과 임산부 배려석은 유지된다. 2024.1.1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반면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용층을 구분해 의자 없는 칸을 더 확대하면 좋을 거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유동에 거주하는 허영순씨(61·여)는 "의자를 없애니 좀 더 쾌적한 거 같다. 어차피 이 시간에는 붐비는데 서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았다"며 "임산부 자리도 홍보가 되면서 자리 잡았듯이 이번 시범사업도 홍보가 되면 이런 칸을 이용할 수 있는 젊은 층들이 쓸 수 있도록 구분해서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남성 추모씨도 "아침 출근길에 이렇게 운영하는 건 괜찮은 거 같고 좀 더 쾌적한 거 같다. 의자 없는 열차가 확대되는 거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해당 칸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김모씨(82·남)는 "기존에 안 해봤던 일이고 앞으로 4호선 한칸을 시험 삼아 해본다고 하는데 아직 해봐야 안다"며 시간을 두고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범 열차 운행 모니터링과 혼잡도 개선 효과성 검증을 마친 후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출근길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이용해 보는 것"이라며 "효과가 있는지 승객들 호응이 있는지 다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