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게임하는데 PC 묻어서 싫어요"[체크리스트]

청각장애인 여주인공·성소수자 등장에 반발하는 일부 이용자들
반복되는 'PC 논쟁'…콘텐츠 창작 고민 필요하지만 혐오표현 경계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5(PS5)로 발매된 게임 '스파이더맨2'에서 성소수자 커플이 등장하는 장면. (스파이더맨2 게임 갈무리)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PC 묻어서 게임에 몰입도 안 되고 정도 떨어지네요."

최근 발매된 콘솔 게임 '스파이더맨2'를 놓고 나오는 평가 중 하나입니다. 'PC 묻었다'는 게임을 비롯해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를 즐길 때 MZ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언급되는 표현 중 하나인데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요소를 콘텐츠 내에 담고 있는지를 따져 묻는 말입니다. 여성, 흑인,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앞세워 '특정 사상'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걸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이죠.

대표적인 예가 올해 개봉한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를 둘러싼 논란입니다. 애니메이션판과 달리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데 대한 반발이 빗발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PC 논쟁'이 반복되는데 대해 콘텐츠 창작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도 '반(反) PC주의'에서 비롯된 혐오표현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청각장애인 여주인공·동성애…"강요하지 말라" vs "자연스러운 것"

'스파이더맨2' 게임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문제 삼은 요소는 청각장애인 여자 주인공과 게임 곳곳에 동성애 요소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해당 게임에서는 주인공 중 한 명인 마일즈 모랄레스의 여자친구인 MJ가 청각장애인으로 나옵니다.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체험할 수 있는 요소도 담겼습니다. 이 같은 부분이 흐름상 부자연스럽고, 사회적 소수자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느껴져 거부감이 든다는 게 일부 이용자들 주장입니다.

또 성소수자 커플의 연애를 도와주는 임무(퀘스트)가 주어지는 등 동성애 요소가 게임 곳곳에 묻어 있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론 다양성을 상징하는 뉴욕에서는 해당 요소들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일상적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애리얼역을 맡은 가수 할리 베일리가 지난 5월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5.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콘텐츠 제작 고민 필요하지만…혐오 표현 경계해야

이는 최근 문화 콘텐츠를 놓고 벌어지는 PC 논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PC를 강조해 작품의 창의성과 완성도를 해친다는 게 'PC주의'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핵심 주장입니다. 콘텐츠를 즐기면서 '훈계'나 '지적질'을 받기 싫다는 심리도 이들의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흑인 주연 배우 할리 베일리를 내세운 '인어공주'는 이 같은 논란 속에 한국 시장에서는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는 클레오파트라 7세를 흑인으로 묘사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를 두고 끼워 맞추기식으로 등장인물만 소수자로 내세우는 게으른 창작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또 'PC함'을 내세우는데 있어서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PC를 주장해 오히려 반발을 산다는 설명입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펴낸 저서 '정치적 올바름'을 통해 "'옳기 때문에 효과 따위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자세가 PC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며 "독선적이고 오만한 PC는 PC를 죽이고야 말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PC 운동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에서 PC 운동이 전체 사회와 여론의 지평을 살피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인권학회 이사)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시청자나 사용자들의 어떤 관점과 시선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권리도 중요하다"며 "과도하게 사회적 메시지를 무리하게 담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창작물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 혐오 표현입니다. 게임 '스파이더맨2' 놓고 PC주의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청각장애인과 성소수자를 우리 주변에 없는 사람 취급하거나 여주인공의 외모를 비난하는 식으로 비판을 넘어선 혐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인어공주'의 경우에도 '흑돔공주' 등 차별성 악성 댓글이 달린 바 있습니다. CNN 등 외신에서는 한국에서의 '인어공주' 흥행 부진 원인을 인종차별에서 찾기도 했습니다.

구 교수는 "콘텐츠에 담긴 계몽적 요소를 비판하는 것과 혐오 표현은 별개의 문제"라며 "정도를 넘어서 혐오를 하는 건 시민사회에서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