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 "민원 없는 선생님? 숙제·꾸중 금지, 학부모에 듣기 좋은 소리만"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나흘 만에 교사 3명이 극단 선택하면서 추모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 초등 교사가 민원을 받지 않는 완벽한 교사가 되는 방법을 공유했다. 누리꾼들은 "이것이 K-공교육"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업무부장에 학년 부장, 학교폭력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교사 A씨는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난 업무, 학급 운영 잘한다고 소문났다. 학교에서 가장 민원 많고 문제아들 많은 학년은 내가 맡는다. 그럼 아무 문제 없이 1년 지나가고 학생, 학부모, 관리자 모두가 만족한다"며 그 방법을 공유했다.
먼저 A씨는 첫 발령 당시 신규 교사답게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학생들에게 꾸지람을 많이 했다가 "선생님을 무서워한다"는 민원을 받고 꾸지람을 줄였다.
또 숙제와 일기를 매일 지시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나머지 공부까지 시켰던 A씨는 "학원 공부에 지장 있다"는 민원에 숙제, 일기, 나머지 공부를 모두 그만뒀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들을 남겨서 간식도 사주고 놀았다가 "편애한다"는 민원에 모든 아이를 같은 시간에 칼같이 하교시키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반 전체에 피자를 돌렸고 요리를 함께 해 먹었다가 "식중독 걸리면 어쩔 거냐"는 민원에 A씨는 어떤 간식도 제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A씨는 "계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가 있어서 매뉴얼(지침)대로 신고했다가 어머니가 알게 돼 생난리를 쳤다. 그 뒤로 아동학대 신고를 다신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학생 어머니가 1시간 동안 전화로 계속 학교에 서운하다길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니까 화내고 난리를 쳤다. 이후 학부모 상담에서 듣고 싶어 하는 좋은 말만 해주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교실에서 맨날 소리 지르고 다른 애들에게 욕하고 수업 시간에 밖으로 뛰어나가는 금쪽이가 있어서 수업을 적게 하고 노는 시간을 대폭 늘렸다"며 "금쪽이의 '제가 안 하면 어쩔 건데요?'라는 말을 듣고 아무것도 강요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안 하는 학생들에게 뭔가를 시키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숙제? 일기? 나머지 공부? 절대 없다. 수업은 항상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은 많이 준다. 애들이 싫어하면 절대 안 한다. 학부모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다. 통지표에는 무조건 좋은 말만 적는다"며 "엄하게 지도할 때는 싸우거나 위험한 행동했을 때만. 나머지는 웃으면서 기분 안 나쁘게 말로 지도하고 끝낸다"고 팁을 전했다.
학생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놀게만 해주면 민원 없는 완벽한 교사가 된다는 게 A씨 이야기의 골자였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공교육이 죽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방임이 좋은 선생님의 요건이네",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질 텐데 참 안타깝다", "교사들은 AI로 대체하자" 등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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