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줄 수 있나요"…받아들일 '문화'일까, 거부해야 할 '지출'일까

식품위생법, 부가세·봉사료 포함 '최종가격' 표기 요구
"대면 서비스 줄어든 시점…시민들 받아들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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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팁(봉사료) 어떠세요?"

아내와 함께 서울 연남동의 카페를 찾은 A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제를 하기 전 직원이 태블릿 화면으로 5%, 7%, 10% 버튼을 보여주며 팁을 주겠냐고 물어봤다. 당황한 A씨는 완곡히 거절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A씨가 이날의 경험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자 곧바로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달 19일부터 카카오T모빌리티도 택시의 '감사 팁'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승객이 별점 평가에서 5점 만점을 줄 경우 1000원, 1500원, 2000원 등 팁을 제공할지 묻는 식이다.

키오스크 등의 도입으로 대면 서비스를 줄이는 마당에 팁을 도입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요즘 인건비가 비싸서 기계가 주문을 받고 서빙도 진동벨로 대체되서 손님이 직접 받으러 갔다가 식기 반납도 직접한다"며 "이런 세상에 서비스 팁을 받는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손모씨(28·여)는 "마지막 계산할 때 팁을 줄지 물어본다면 주기 싫어도 체면이 있어서 결국 조금이라도 더 주게 될 것 같다"며 "팁 선택 항목을 태블릿에 만들어 놓는 것 자체가 결국 부담이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 미국도 논란인 팁 문화…한국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A씨가 갔던 연남동 카페의 단골손님은 당시 커뮤니티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반박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외국인 손님이 많아지다보니 팁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손님들에게 추가적인 봉사료를 강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수요에 의해 만들어진 팁 박스라는 것이다.

팁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코로나19 기간 고생하는 종업원, 배달 종사자에 대한 배려로 오른 미국의 '팁 인플레'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배달 앱과 태블릿 결제 시스템에 자동적으로 결제 과정을 심어 놓으면서 팁은 선택이 아닌 가격의 일부가 된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택시 이용료에 팁 선택사항을 도입한 지 한 달째인 카카오 측은 당시 공지를 통해 "택시를 이용하고 특별히 사례를 하고 싶은 경험을 했다면 별도로 감사 팁을 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의에 바탕을 둔 작은 성의라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퀴즈형 설문조사 업체 더폴(THEPOL)의 설문조사에 '매우 부정적'이 38.09%, '약간 부정적'이 22.99%로 부정적 대답이 60%를 넘었다.

◇ "강제성 없으면 불법 아니지만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것"

전문가들은 팁에 강제성이 없다면 불법이 아니라면서도 한국에 없던 문화인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품위생법은 부가세와 봉사료를 모두 포함한 '최종 가격'을 메뉴판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손님에게 별도 봉사료를 강제로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용우 변호사는 "팁을 안 낸다고 서비스에 차등을 둔다면 강요로 볼 수 있지만 팁을 주든 말든 서비스가 동일하다면 강제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임금이 매우 적기 때문에 팁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최근 고물가에 시달리는 우리 국민은 팁을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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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팁 지급 횟수 등의 데이터가 쌓이면 승객을 가려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카카오T모빌리티는 팁을 내지 않는 경우 현재 0을 입력하게 돼 있는데 그런 승객들의 데이터가 쌓이면 배차에서 승객을 가려탈 수도 있어 서비스에 차등이 생길 수도 있다"며 "지배적 사업자가 임의로 한 제도 도입으로 소비자들은 대안이 없다는 문제점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카카오 측은 기사들이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선보인 뒤 팁으로 보답받으면 서비스의 품질 향상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기대도 있다. 또한 택시기사가 운영 중에 팁을 요구할 수도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제재안을 마련하겠다고 부연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