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잼버리 '교류' 정신, '관광'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세계연맹 사무총장 "여행하는 잼버리 처음…기대와 달라"
준비 기간 6년이었는데…정부·조직위 '반쪽 대회' 자초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아흐마드 알헨다위 세계 스카우트 연맹 사무총장은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진행 경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 영지가 아닌 8개 시·도로 뿔뿔이 흩어지고 폐영식 자리에서야 한데 모일 수 있었던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 환송사를 통해 대원들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이 잼버리가 여러분이 꿈꾸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잘 안다. 이게 여러분에게 쉽지 않았다는 걸 안다"며 "이렇게 많은 도전, 극심한 기상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린 이번 세계 잼버리 대회는 당초 코로나19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축제로 기대감을 모았다. 8.84㎢ 규모의 전북 부안군 새만금 부지에 4만3000여명의 대원들이 한데 모여 숙영하고 국적·인종·성별을 초월해 우정을 나누는 장관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다.
정부 관계자도 "이번 새만금 세계 잼버리를 통해 대한민국의 K-팝과 K-푸드로 대표되는 K-컬처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대원들의 꿈과 희망을 그릴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 준비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김관영 전북도지사)고 말하는 등 성공적 개최를 호언했다.
그러나 대회 첫날인 지난 1일부터 온열질환자가 속출했고, 배수·위생·해충 등 다종다양한 문제점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영내 야외 활동 프로그램은 다수 취소됐다. 급기야 제6호 태풍 '카눈' 상륙이라는 악조건까지 더해지면서 대원들은 안전을 위해 영지를 떠나야만 했다.
대회 종료를 닷새 앞둔 시점에서 수많은 대원들을 갑자기 받아들인 지자체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한국에서의 기억이 대원들에게 즐거움으로 남을 수 있도록 숙박부터 프로그램 마련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전에 수립된 일정에 따라 대회 종료 후 잔류 중인 대원들에 대한 지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잼버리 대회의 의의는 대원들이 일상 공간을 공유하며 경험과 우정을 나누는 데 있는 만큼 아무리 잘 짜인 체험·관광·교육 프로그램이라도 영지에서의 생활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지가 비워지기 전 현장에서 만난 스카우트 대원들과 지도자들은 잼버리에서 극한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다른 국가의 대원들과 교류하며 시야를 넓히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유럽 국가에서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첫 방문했다는 한 대원은 "돌아다니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른 국가의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일이 많아서 즐겁다"며 "다른 국가의 스카우트 활동에 대해 알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기 퇴영한 대원들은 대체로 국가별로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대회 종료 후 이어지는 사후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여러 국가의 대원들이 같은 지역에 머물며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150여개국에서 모인 대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과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어도, 생김새도, 가치관도 다른 친구들을 한꺼번에 사귈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세계 잼버리는 각 국가의 스카우트 단체에 등록돼 있으며 최소 2년 이상 활동해 야영 생활과 관련한 일정 수준의 기능을 습득한 14~17세 청소년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세계 잼버리는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만큼 참가자 자격으로 2번 이상 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카우트 대원들과 지도자들이 입을 모아 잼버리를 '일생 단 한 번의 기회'라 일컫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자그마치 6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무색하도록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태풍 등 기상 상황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수 있는 기간을 현장 수습으로 흘려보냈다. 그 결과 머나먼 타국에서 한국까지 날아온 대원들은 한 번뿐인 기회를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됐다. 정부와 조직위가 '반쪽짜리 대회'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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