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원 재건 故 백낙환 선생 "모체 저버린 기업 흥한 사례 없다" [문 닫는 백병원]
생전 자서전에서 서울백병원 축소에 극구 반대 의사
후손인 백진경 교수 '외국인 전용 클리닉' 전환 제안
- 박동해 기자, 박혜연 기자, 박상휘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박혜연 박상휘 기자 = 전국에 5개 백병원을 운영하는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에 대한 폐원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백병원 창립자의 후손이자 현재의 백병원과 인제학원의 기틀을 닦은 故 백낙환 선생이 생전 '서울백병원 기능 축소'를 주장하는 이사회 이사진들과 대립하며 병원 규모 유지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백낙환 선생은 2007년 출간한 저서 '영원한 청년정신'에서 경영악화를 이유로 서울백병원의 기능을 축소하자는 이사회의 주장에 대해 단호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저서에 따르면 20여년 전인 1990년대 말부터 서울 중심지의 거주인구가 줄어드는 공동화 현상으로 서울백병원의 이익이 악화되고 있었고 이에 서울 중심지의 병원들이 자리를 옮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책에서 백낙환 선생은 서울백병원의 경영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병원의 건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일산백병원의 신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일산백병원 건립이 추진되자 인제학원 이사회의 몇몇 이사들은 "건물을 임대하거나 매각해서 서울백병원의 운영 규모를 축소하고 전문클리닉으로 전환해 일산백병원의 시설 재원을 조달하자"라고 제언했다.
이에 백낙환 선생은 "첫째, 신규 병원을 설립해 놓고 기존의 시설과 인원이 이전할 경우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모체를 저버린 기업이 흥한 사례는 없습니다"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나에게 서울백병원은 분신이나 매한가지다"며 "아무리 확장을 해도 뒤에는 서울백병원이 고택(古宅)처럼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백낙환 선생은 '서울백병원을 지키려는 각오'라는 장을 따로 뽑아 서울백병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백병원의 적자 문제, 구조조정의 어려움 들을 인정하면서도 "등 뒤에 서울백병원이 있었기 때문에 평생 사업을 일구어 나갈 힘도 생겼던 것"이라고 전했다.
백낙환 선생이 서울백병원에 대한 애정을 강조한 것은 그가 1941년 지어져 구옥이었던 서울백병원 건물의 재건축을 추진해 1972년 현재의 종합병원으로 재건했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서울백병원 재건축 과정에서 겪었던 자금 조달 문제를 자세히 적었는데 은행에서 대출해달라 조르다 쫓겨나기도 했고, 건설업체에 수차례 대금이 밀려 갖은 고생을 했다고 썼다. 그래서 그는 책에서 서울백병원에 대해 "돌 한장, 못 하나, 타일 한장에도 애정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제학원 이사회가 백병원 폐원을 결정하면서 백낙환 선생의 후손 중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백낙환 선생의 차녀인 백진경 인제대 교수는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서울백병원은 82년 전 백인제 선생께서 최초의 민족자본으로 세운 병원"이라며 "서울백병원은 일개 병원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현재의 백병원을 외국인 관광객 전용 클리닉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응급의료센터로 탈바꿈하고 병원 일대를 서울 강북 일대의 복합 의료 허브로 만드는 '글로벌 K메디컬 허브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 의료에 대한 세계적 인기, 의료기술의 향상, 서울 중심부라는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했을 때 서울백병원에도 비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낙환 선생은 자신의 백부이자 백병원의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이 한국전쟁 당시 납북되자 1961년부터 서울백병원 원장으로 취임해 경영을 맡았다. 이어 1979년부터 1998년까지 백중앙의료원 의료원장을 지냈으며, 인제대학교 총장(1989~2000년) 인제학원 이사장(2000~2014년)을 역임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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