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많다?…핵심은 '사각지대' 해소다

OECD도 '역전현상' 언급했지만 주 내용은 '사회안전망 강화'
근로자 52%는 고용보험 가입 안돼…'대상 확대'가 중심 돼야

뉴스1DB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박혜연 박상휘 기자 = 실업급여와 고용보험기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와 여당은 기금 적자와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소위 역전현상을 이유로 들며 실업급여의 곳간인 고용보험기금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이런 주장에 대해 '자료와 데이터를 취사선택해 일부의 문제를 침소봉대해 과장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1>은 그동안 제기된 실업급여 관련 논쟁의 핵심을 짚어보고 정부·여당이 주장한 내용의 사실 여부도 따져 보았다.

◇ 논쟁의 발단된 '역전현상'

"…이런 형상 두고 항간에선 일하는 개미보다 베짱이 더 챙겨주냐는 비난 여론도 봤다."

지난 12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의(노개특위)의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 이후 나온 임이자 노개특위 위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2022년 기준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 근로소득이 179만9800만원인데, 최저 실업급여는 월 184만7040원이라며 일을 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실업급여는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평균임금의 60%를 받게 되면 급격한 삶의 질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에 정부는 최저임금의 80%를 실업급여 하한선으로 정해두고 있다. 정부·여당은 실업급여의 경우 세금을 부여하지 않고 사회보험을 공제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날 임 위원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한국은 구직급여(실업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에서 취업시 실소득 감소하는 유일 국가라며, 하한액 하향조정을 권고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 발언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어받으면서 확산됐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OECD에서 지난해 9월에 한국경제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했다"라며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대한민국만 구직급여를 받으면 최저임금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소득이 역전되는, 그래서 이 부분을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OECD의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점이 근로 유인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를 OECD 평균선으로 조정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 사항이 담겨있다.

◇ OECD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달랐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OECD 보고서 인용은 곧장 '일부 입맛에 맞는 내용만 퍼온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고서가 역전현상에 대해 언급하고는 있지만 그 주된 내용은 '한국의 사회안전망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이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사회안전망이 불안정한 이유 중 하나로 "노동자의 절반 정도(48%)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OECD는 한국의 전체 노동자 중 14%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임에도 가입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38%는 제도적으로 가입 자체가 배제된다고 분석했다.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인용된 표. 한국의 근로자중 48%만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보험가입 대상이지만 가입이 되지 않은 그룹( Effective gaps)이 14%, 제도적으로 고용보험에서 배제된 그룹(institutional gaps)이 38%다.

OECD는 고용보험의 확대로 실업자들에게 더 폭넓게 사회안정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 내 사회안전망 강화 항목에서 OECD가 첫번째로 꼽은 '주요 권장사항' 또한 고용보험 가입자의 확대를 위해 "자영업자를 의무고용보험에 포함할 것"이다.

더불어 OECD는 실업급여의 하한액을 조정하는 것과 함께 상한액을 높이고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은 OECD의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실업급여 상한액을 1일 6만6000원(월 198만원) 정액으로 고정해 두고 있다. 실업 전 높은 급여를 받아도 상한액은 고정되어 있기에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고, 고용보험기금 기여도 대비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여 지급기간에 대해서도 한국의 경우 근무기간, 보험료 납부 기간 등을 고려해 최소 120일에서 270일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여타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독일의 경우 최소 6개월에서 24개월까지, 스위스의 경우 200일~520일, 포르투갈은 150~540일까지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 "역전현상 계산도 잘못됐다"는 지적 나와

정부는 역전현상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 45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실업급여와 최저임금을 비교한 정부의 계산법에 오류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179만9800원이라는 최저임금 실수령액은 201만580원(9620원x209시간)에서 소득세와 4대보험 등을 뺀 액수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실수령액을 계산하면서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10.3%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노동자의 경우 연말정산에서 각종 소득·세액공제로 세금을 돌려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실효세율이 0%에 가깝다. 사회보험료도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소규모사업장의 노동자 가운데 월 평 보수가 260만원 미만이면 정부 지원으로 최대 3년간 고용·국민연금 보험료의 80%까지 보조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추정치를 제시할 때 실업급여 수령자들의 경우 사회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는 것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퇴사를 하게 되더라도 일부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납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를 더 받는 사람이 45만명을 넘는다는 정부의 추정치는 부정확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일부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는 아주 소수"라며 "소정근로시간 등의 문제를 바로잡아 다듬을 수 있는 문제인데, 하한액을 낮추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짚었다.

여성노동연대회의 활동가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실업급여 삭감 운운하며 노동자 삶 위협 하는 국민의힘과 윤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7.1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전 국민 고용보험' 논의가 중심돼야

앞서 언급했듯이 OECD의 핵심 권고사항은 '고용보험을 확대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고용보험의 확대를 목표로 지난 2020년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기존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못했던 직종을 제도 안으로 포함하고 자영업자의 임의가입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큰 틀이었다.

이런 목표 하에 정부는 2019년 1367만명이이었던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2025년까지 2100만선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23년 6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1518만명으로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봤을 때는 목표 달성이 요원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시절 문재인 정부의 고용보험 확대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현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도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여당이 고용보험기금 적자 문제를 강조하면서 고용보험 확대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2일 국민의힘 노개특위에서 "최근 실업급여가 실직자를 노동시장 복귀를 지원하는 본연 역할을 벗어나고 있단 우려와 함께 실업급여 계정의 연이은 적자로 인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라 기금의 적자 문제를 언급했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용시장이 불안으로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빠르게 소진됐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 한파를 맞은 저소득층을 보호한다며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기존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리고 지급액 기준도 평균 임금 50%에서 60%로 높였다. 적자가 계속되자 정부는 최근 3년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약 10조원을 차입해 고용보험기금에 넣기도 했다.

기금 적자 상황에서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 실업급여의 하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금의 적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가입자가 확대될 경우 기금 자체의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라는 특수상황에서 실업급여가 늘었지만 이는 모든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또 "실업급여를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라며 적자 프레임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 문제의 원인이 실업급여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모성보호급여 등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지출돼야 할 복지비용이 고용보험에서 나가고 있는 것과 운영비를 기금에서 부담하는 것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고용보험이 다수의 비정규·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보험의 포괄력을 높이는 것이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현재는 "자투리 문제를 가지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고용보험의 범위와 보장성의 확대'로 논의의 중심이 옮겨가야 한다고 밝혔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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