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쉬운 우리말] 어려운 '젠트리피케이션' 순화하면 '둥지 내몰림'

2022년 4월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홍대입구 지역도 소규모 상인들이 떠나게 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이 일어난 곳이다. 2022.4.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022년 4월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홍대입구 지역도 소규모 상인들이 떠나게 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이 일어난 곳이다. 2022.4.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젠트리피케이션 → 둥지 내몰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도심의 특정 지역이나 장소의 용도가 바뀌는 등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존 거주자 또는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현상입니다. 국립국어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둥지 내몰림’으로 순화해서 쓰길 권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주계급 또는 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용어로,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글래스는 도심의 노후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토지 가격과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후 원래 거주하던 하층 계급의 저소득 거주자가 쫓겨나는 대신 중류 계급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이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과정은 대도시의 교외화(郊外化)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도시의 발전에 따라 대도시일수록 중심 시가지에서 도시 주변으로 거주 인구가 확산하는 교외화 과정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교외 지역은 자본이 집중 투여되면서 발전하는 반면, 도심에 가까운 지역은 교외로 이주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낙후지역으로 전락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재개발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고, 저렴해진 지대(地代)에 주목한 개발업자들이 지주와 결합하여 개발하는 경우도 있으며, 값싼 작업공간을 찾아 낙후지역에 모여든 예술가들이 다양한 활동을 펼침으로써 활성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한 '도시 재활성화'의 결과로 해당 지역은 주거 환경이 향상되고 부동산 가격 등 전반적인 자산 가치가 상승하지만, 그에 따라 주거 비용도 높아져서 원래의 저소득층 주민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거주지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제2차세계대전 후 중산층 백인의 교외화 현상이 두드러졌고, 이로 인하여 뉴욕·보스턴 등 대도시 도심은 흑인과 외국인 이민자를 비롯한 소수민족의 게토로 전락했습니다. 이후 1970년대부터 도시에 사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여피족)들이 게토(ghetto)화된 도심의 낙후지역으로 몰려들어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부유층의 이주를 촉진함으로써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이후 번성해진 구도심의 상업공간을 중심으로 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어 사회적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홍익대학교 인근(홍대 앞)이나 경리단길, 경복궁 근처의 서촌, 성수동 등지는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에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공방,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고 유동인구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자본이 유입되어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가 입점하는 등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모했고, 결국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기존의 소규모 상인들이 떠나게 됐습니다.

k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