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 많은데 굳이 개고기 먹나"…초복 한달 앞 다시 시끌
반려문화 확산 속 "개 식용 반대"…"식문화 인정" 의견도 팽팽
정부 논의도 2년째 미적…국민 정서·도덕성·법 문제 얽혀 '복잡'
- 유민주 기자,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김예원 기자 = "요즘같이 먹을 것도 많은 세상에 굳이 개고기 먹어야 되나요?"
"개고기도 하나의 문화로 볼 수 있지 않나요?"
초복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개 식용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반려 동물 문화가 확산하면서 개 식용에 반대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개 식용을 '문화의 일부'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부 차원에서도 개 식용 문제를 놓고 지난 2년간 논의를 진행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개 잡던' 모습 선명"…"어르신들에 개고기는 문화"
15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 응답자의 85.5%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절반가량인 55.8%에 그쳤다. 음식 취향에 따라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 개 식용을 바라보는 관점에 다소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모씨(22)는 "개고기를 먹은 적 없고 먹고 싶지도 않다"며 "구시대적 유물인 느낌이고 이건 세대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는 1년에 몇 번 먹을까 말까 하지만 돼지·소·닭은 어릴 때부터 먹어 익숙하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일수록 개 식용에 불편한 감정이 두드러졌다.
유모씨(24)는 "강아지를 워낙 가족처럼 예뻐하고 아끼는 사람이 많다"며 "개가 다른 고기보다 맛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같이 먹을 것이 많은 세상에 굳이 개 식용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키우던 개가 숨지는 모습을 직접 봤다는 한모씨(47·여)는 "어른들이 잔치 때 가혹하게 폭력을 행사해 '개 잡던 것'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먹을 게 부족한 시절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변해 개고기를 안 먹는다고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한씨는 개와 고양이 식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에 찬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시민은 개고기를 문화로 수용한다면서도 '비위생적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개 도축을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김모씨(59)는 "혐오 여부를 떠나 어르신들에게는 개고기가 '문화'이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음지에서 이뤄지는 도축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모씨(33·남)는 "개고기를 먹진 않지만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며 "더구나 다수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12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하고 2년간 사회적 합의를 시도했으나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공감대만 형성했을 뿐 아직 결론내지 못했다.
◇"국민 정서·도덕성·법 충돌까지 종합적 판단 필요"
전문가들은 '법적인 충돌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개 식용 금지 관련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행 '축산법'상 개는 소·말·돼지 등과 함께 가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가축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개는 농가 소득을 위해 기를 순 있어도 식용 목적으로 도축해 가공·유통시킬 수 없는 셈이다.
조경 생명문화교육원 대표는 "지금 문제는 축산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두 법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라며 "축산법에서 개를 제외하자는 시도는 많지만 국민 정서만 갖고 그렇게 했다가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국민 정서와 도덕성, 전통적인 식문화 그리고 법의 충돌까지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를 가족 및 반려로 보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강아지를 잡아 먹는다는 것은 요즘 시류인 '포스트 휴머니즘'와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며 "불필요한 육식 등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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