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급차 뺑뺑이 사망…병원 8곳 중 4곳 '법 위반'이었다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 또는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 확인
복지부 "재발방지…응급의료 기본계획 주요과제 조속히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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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 3월 19일 대구의 10대 학생이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8개 의료기관을 돌며 숨진 사건을 조사한 보건복지부가 관련 전문가 의견도 청취한 끝에 8개 기관 중 4개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응급의료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중증도 분류 이뤄지지 않거나 환자도 보지 않은 채 거절

4층 건물 높이에서 떨어진 채, 의식은 있었던 환자와 119구급대원은 가장 먼저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실(최초 내원한 지역응급의료센터) 입구 인근으로 진입했다. 당시 근무 의사는 환자 중증도는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며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을 권했다.

합동조사단과 전문가들은 환자의 주요증상, 활력징후, 의식 수준, 손상 기전, 통증 정도 등을 고려해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에 따라 중증도를 분류하도록 한 응급의료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후 해당 구급대원이 재차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정신과 이외 응급진료에 대한 수용을 의뢰했으나 정신과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제공이 어렵다는 사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외상 처치 등을 우선 요청했음에도 미수용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한 일로 조사됐다.

이 병원의 미수용으로 구급대는 경북대학교병원(두 번째 내원한 권역응급의료센터)으로 향했다. 환자가 탄 구급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구급대원 혼자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로 찾아가 수용을 의뢰하자 당시 근무 의사는 중증외상이 의심되므로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하라고 권했다.

조사단 등은 중증외상을 의심했는데 환자 대면 등으로 중증도 분류를 하지 않은 것은 법 위반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2회에 걸쳐 대구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이 병원 외상센터에 전화해 수용을 의뢰했으나 병원은 외상환자 진료 및 병상 부족을 이유로 받지 않았다.

그런데 가용병상이 있었고 진료 중이었던 다른 환자 중 상당수가 경증 환자였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상황 진행 도중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간 소통을 통한 추가 환자 수용 능력 확인, 환자 인계 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과 수용 능력 확인 요청에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에 책임을 물어 법에 따른 시행명령을 처분일로부터 6개월 이내 이행하도록 하고 응급의료기관 평가 보조금 지급을 이행 기간 중단하며 과징금 부과 처분을 각각 내렸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 (송파소방서 제공) 2021.12.23/뉴스1

◇응급환자 이송부터 진료까지 제공체계 툭툭 끊겨…제도 개선

그렇게 거부당한 채 각 구급대원, 대구 119센터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응급실(지역응급의료센터)에 2회에 걸쳐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으나 병원 측은 2회차 의뢰 때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돼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구급대원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으나 병원 측은 신경외과 의료진 부재를 이유로 미수용했다. 조사단 등은 환자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할지 모르는데 두 병원이 제시한 이유로 미수용한 거부 행위도 법 위반으로 봤다.

복지부는 수용 능력 확인 요청에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법에 따른 시정명령을 11월 3일까지 이행하고, 응급의료기관 평가 보조금 지급은 이행기간 중단된다.

이밖에 구급대로부터 이송 의뢰된 4개 기관 중 삼일병원(지역응급의료기관), 바로본병원(응급의료시설)은 환자를 받아 진찰 등을 했다. 그러나 이 기관 능력으로는 중증외상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돼 다른 기관으로 보냈다. 법령 위반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화를 2회 받은 영남대학교병원(권역응급의료센터)은 계속 내원한 다수의 중증 환자를 진료 중이라 이 환자를 수용하면 오래 대기하게 돼 위험하다고, 나사렛종합병원(지역응급의료기관)도 전화에 다른 중증 환자 진료를 이유로 미수용했다. 정황상 법령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됐다.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연계·협력이 매끄럽게 작동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대구광역시에 △지역 응급의료 자원조사 실시 후 결과를 반영한 이송 지침 마련 △이송체계 정비를 위한 협의체 구성 및 이송 지연 사례에 대한 정기회의 △응급의료 전담 인력 확충, 협의체 확대 운영 등을 권고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앞으로 119 구급대의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을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기준(KTAS)과 통일해 중증도 기준으로 적정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한다. 각 시도 주도하에 지역별로 응급의료 자원조사를 주기적으로 하고, 지역 맞춤형 이송 지침·이송 지도를 마련한다.

이송 중인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수용 책임을 위해 추가 응급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기준과 수용 곤란 상황을 고지하는 주체, 절차 등을 포함한 표준 프로토콜을 규정한다.

다만 심정지 등 초응급환자에 대해 인근 모든 의료기관에서 수용 곤란을 고지한 경우 등 예외적 상황에서는 기준 무관하게 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침을 마련한다. 이밖에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 개편을 통한 최종 치료 역량 강화, 응급환자를 위한 치료시설 확충 등도 병행한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