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에 정화조 청소까지 시켜"…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해야
직장갑질119, 공동주택관리법으로 보호 한계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1. 경비대원 A씨는 지난 2021년 7월 관리소장 지시로 정화조 청소 작업을 맡았다. A씨는 "처음에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작업해 장화를 신지 않고 내려갔다"며 "그 후 소위 똥독이 올라 2주넘게 약을 바르며 치료를 했다"고 호소했다.
#2.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 노동자가 "나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관리소장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경비노동자를 비롯한 아파트 노동자들의 갑질 실태를 조사를 통해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으로는 입주민이나 원청업체 관리소장으로부터 아파트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2) 적용대상을 입주민, 원청회사 등 특수관계인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가해자로 지목한 관리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로부터 아파트 관리를 위탁받은 C업체 소속이었다. 경비노동자는 C업체가 경비 업무를 위탁한 D경비업체 소속이었다.
하지만 관리소장의 갑질은 경비원과 같은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아 경비노동자는 관리소장을 신고할 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살한 경비노동자는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다는 극심한 고용불안 때문에 갑질에 대해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0년 12월 발행한 '공동주택 경비근로자 업무범위 명확화의 고용영향분석'에 따르면 경비노동자(27만명) 중 위탁관리 단지의 비율이 80%를 상회한다. 자치관리도 경비·미화 업무를 용역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아 간접고용 비율은 9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직장갑질 119는 지난해 10월 경비노동자 5명, 청소노동자 1명, 관리소장 1명, 관리사무소 기전 직원 2명 등 총 9명을 상대로 진행한 심층 면접을 통해 '공동주택 원청갑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심층 면접에 참여한 9명의 공동주택 종사 노동자들이 겪은 갑질 내용은 △입주민에게 폭언을 듣거나 무시당하는 경우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 등에 찾아가 해고를 종용하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으로 용역회사 변경되거나 경비체계가 변경되며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입주자 등의 관리비 미집행 문제로 인해 임금이 체불된 경우 △직접 근로관계가 아닌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가 직접 업무지시를 하거나 본인 업무 외 지시를 들은 경우 등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이에 대해 △실효성 있는 공동주택 노동자 보호 체계 마련 △직접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주민 및 입주자 대표회의에 대한 책임 강화 △직접 고용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동주택 노동자 보호 체계 마련을 위해 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와 입주자 대표 회의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직장갑질119 임득균 노무사는 “3개월, 6개월 단위의 초단기 근로계약, 관리회사에 경비회사까지 있는 다단계 고용 구조는 경비노동자들을 너무나 쉽게 갑질에 노출되게 한다"며 "입주민, 관리소장 등의 갑질 방지 및 처벌 규정을 강화와 고용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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