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게임 못하게 된 '게임 폐인'…고시원 주인 방엔 왜

'유일한 수입원' 게임 계정 정지에 범행 계획
재판부 "반인륜 범죄 징역 27년"…검찰 항소

ⓒ News1 DB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을 하던 폐인에게서 게임을 빼앗은 결과는 참담했다. 게임으로 생활비까지 벌던 그는 유일한 수입원이 끊기자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 고시원 주인을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유민기씨(35·가명)는 2013년 7월부터 범행을 저지른 2022년 9월까지 약 10년간 서울 관악구 소재 고시원에 거주했다. 유씨는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했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그가 의지하고 열정을 쏟은 것은 오로지 게임이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한 달 약 100만원을 버는 것이 수입의 전부였다.

그러나 2022년 5월 게임사가 버그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유씨의 아이디를 영구정지하자 많지 않았던 수입마저 끊어졌다. 이후 유씨는 고시원 월세 감당조차 힘들어지자 같은 건물 1층에서 지내는 고시원 운영자 김유진씨(73·여·가명)의 금품을 갈취할 계획을 세웠다.

유씨는 그해 9월27일 김씨의 아들이 외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방으로 들어가 김씨를 제압한 다음 양손을 포박했다. 김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방을 뒤지던 유씨는 김씨의 목을 졸라 제압했다. 이로 인해 김씨는 경부압박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했다.

사망한 김씨를 방치한 채 유씨는 김씨 명의 통장 8개, 그의 딸 명의 통장 1개, 아들 명의 통장 1개와 현금 6만3000원, 체크·신용카드 4장이 들어있던 파우치 1개를 가져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1심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유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은 반인륜 범죄로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하거나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재범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전자장치 부착 신청은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더 무거운 형벌과 전자발찌 부착이 필요하다며 항소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