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논문 초록 쓸 때 사용해라…중요한 건 '이것'" 서울대 교수의 관점

ChatGPT. ⓒ 로이터=뉴스1
ChatGPT.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최근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대의 한 교수가 논문 작성에 사용할 것을 추천하면서 주의사항을 전했다.

지난 10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 자유게시판에는 글쓴이 A씨가 교수와 챗GPT에 나눈 이야기가 올라왔다.

A씨는 "챗GPT가 핫하다 보니 연구실 사람들끼리도 대화 주제로 많이 오르내리게 됐다"면서 이용해봤던 일화를 전했다.

그는 "연구실 사람 중 한 명이 '학회 초록 제출한 거 한 번 돌려볼까?' 하며 자기가 쓴 초안을 챗GPT에 분량에 맞게 요약해보라고 시켰다"며 "약 3초간의 깜빡임 후에 거의 완벽한 요약본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우와~'하는 감탄과 동시에 "이걸로 초록 제출할 걸"이라며 우스갯소리를 나눴다.

A씨는 "한바탕 웃어 젖히고는 다시 실험의 숲으로 힘없이 돌아가 각자 일하기 시작했다"며 "점심쯤 교수님이 학생들을 소집했다. 무슨 일일까, 왜 과제 진행이 이리 더디냐는 재촉일까, 다른 일정 공지일까 추측만 난무하던 와중에 교수님이 들어와 앉으셨다"고 말했다.

교수는 "요즘 챗GPT 때문에 말이 많던데, 너희도 그런 거 쓰고 그러냐?"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은 교수님의 질타를 들을까 봐 두려웠던 것인지 흠칫하며 눈알을 굴려 서로의 낯빛을 확인했다고.

이때 방장 학생이 "하도 말이 많길래 저희도 한번 간단한 일상 질문들 해봤는데 꽤 재밌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교수는 "나도 봤는데 과제, 논문 이런 것도 거의 완벽하게 써주나 보더라고. 소름이 돋더라니까"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는 다들 속으로 무언의 동의를 했다. '이런 거에 기대서 논문 쓰면 죽는다'라고 말할 작정이신 거라고"라고 전했다.

그러나 A씨와 학생들의 생각과 달리 교수는 "그래서 말인데, 너희도 논문 인트로 쓸 때 그런 거 좀 팍팍 써"라고 챗GPT 사용을 장려한 것이다.

이에 A씨와 학생들은 당황했고, 방장 학생은 "연구 윤리에 조금 어긋나지 않냐"고 반문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교수는 "어차피 도입부 쓸 때 온갖 키워드 넣어가면서 자료 찾고 확인하고 요약하느라 작문하고 똑같은 단어 안 쓰려고 사전 검색하고 '아 이거 뜻하는 용어 뭐가 있었는데'하면서 또 검색하느라 시간 쓰는 거 뻔히 안다"면서 "그 고생하지 말고 챗GPT에 맡긴 뒤에 다듬어서 써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그걸 그대로 쓰지 않고 저자의 관점에 맞게 다듬을 줄 아는 것"이라며 "새로운 가치를 담은 연구 결과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빠른 자료조사와 초안 작성용으로 쓰는 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 너희들도 써둔 내용 숙지는 해야 한다. 그런 거 딱 보면 티 나는 거 알지? 어차피 내가 첨삭할 때 다 보고 티 나면 질문할 거야. 그럼 수고"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이후 학생들은 예상외로 진보적인 관점을 가진 교수의 가치관에 다소 놀란 상태로 해산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나도 자리에 앉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사람보다 빠르게 자료를 모으고 능숙하게 글을 작성하는 AI가 등장한 이 시대에, 나는 과연 연구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어디에서 설 자리를 찾아야 하는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 순간, 한 박사 학생이 씩 웃으며 "난 학회 초록 아직 안 썼는데"라고 외쳤다. A씨는 "정말 부러웠다"며 유머러스하게 글을 마쳤다.

이 글을 본 한 누리꾼은 "교수님이 포인트 잡아주셨다. 내용 숙지하라고. 결국 AI든 뭐든 결과물에 대해 본인이 잘 알고 있으라는 말"이라며 "능력이 되는 상태에서 도구로 AI를 사용하라는 말이지, 능력도 없는데 도구로 자기 능력인 거처럼 쓰지 말라는 소리"라고 댓글을 달았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