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짜리 난방비 고지서' 사회복지시설도 휘청…"후원도 줄었는데"
"지난달보다 3~4배 올라…난방 끌 수도 없고"
"본가 다시 가야 하나" …시민들도 곡소리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번 달에만 200만원 가까이 나왔어요"
서울 은평구의 한 아동복지시설 관계자 A씨는 최근 1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달보다 무려 3~4배나 더 많이 나와서다. 말로만 듣던 '요금 폭탄'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A씨는 "외출이나 예약모드로 난방비를 최대한 아끼려 노력했지만 이 정도로 나올 줄은 몰랐다"며 "지난해만 해도 이렇게 나오지는 않았는데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 난방 끌 수도 없는 사회복지시설 '난방비 폭탄'에 시름
'난방비 쇼크'에 사회복지시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추위에 취약한 노인·장애인 등을 돌보느라 난방을 끌 수도 없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후원금마저 줄어 난방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난방비 폭탄의 주된 원인은 가스요금 인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주택 및 산업용 기준으로 메가줄(MJ, 가스사용 열량 단위)당 5.47원을 올렸다.
이로 인해 도시가스 요금은 전년 대비 38.4% 인상됐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계속 찾아온 최강한파로 난방 수요가 증가해 체감 인상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아우성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마포구의 한 아동보육시설 관계자 B씨는 "난방비가 지난달보다 20~30% 오른 상태로 고지돼 깜짝 놀랐다"며 "우리는 규모도 작고 후원금도 계속 들어오고 있어 아직 버티지만 더 큰 곳들은 너무 올라서 걱정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서대문구의 한 노인복지시설 운영자는 "원래 사용하던 보일러가 시원찮아서 이번에 친환경 보일러로 바꿨는데도 60만원 가까이 나왔다"며 "이번 겨울이 유독 추운데 보일러도 안 바꿨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대문구 장애인복지관 관계자도 "안 그래도 전기요금도 올라서 어떡해야 하나 싶었는데 가스요금까지 50% 가까이 오르니 고민이 크다"며 "그렇다고 이렇게 추운데 난방을 끌 수도 없지 않겠냐"고 푸념했다.
동대문구 무료급식소 '밥퍼'의 최홍 사무총장도 "지난 11월부터 순수 민간 후원금으로만 운영하고 있는데 물가도 많이 오르고 그래서 후원금이 줄어들었다"며 "매일 500~600명 분의 식사를 하루에 한 번씩 준비하고 있고 2월부터는 두번으로 늘리려 하는데 가스비용이 크게 올라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사회복지지설이 가장 저렴한 일반용(영업용2) 요금을 적용받도록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부터 3월31일까지 사용한 도시가스에 대해 일반용(영업용2) 요금을 적용하고, 이미 요금이 청구된 경우 추후 환급할 예정이다.
◇ "20만원 수준이던 관리비가 35만원"…누리꾼들 난방비 절약 '꿀팁' 공유
일반 시민들도 부쩍 오른 난방비가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영등포구 주민 30대 채모씨는 "작년에는 집에서 패딩 입고 지내다가 올해는 이러다 죽을 것 같아서 보일러를 엄청 뗐는데 평소 만원도 안 나오던 가스비가 3만원이나 나왔다"며 "자취생이라 전기, 난방, 수도비에 민감한데 본가로 다시 들어갈까 고민 중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4)는 "겨울에 관리비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20만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35만원 넘게 나왔다"며 "금리도 계속 올라서 돈 나가는 곳이 많은데 난방도 맘대로 틀 수 없어서 서글프다"고 성토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난방비 폭탄을 피하기 위해 온갖 '꿀팁'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외출 시 반드시 외출 모드로 설정해라' '온돌보다는 실온으로 설정해라' '난방텐트를 사용해라' 등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가스요금이 더 오를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연간 적자액은 30조원을 돌파했고 가스공사 미수금은 9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양 기관의 적자가 2026년까지 해소되도록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올 2분기 가스요금 인상은 기정사실이 됐다. 인상폭 역시 지난해보다 최소 1.5배에서 1.9배가량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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