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나단은 어디 조씨일까?

3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올해 마지막 날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2.12.3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3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올해 마지막 날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2.12.3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나단아 혹시 어디 조씨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방송인 조나단이 학창시절 급식사에게 들었다는 질문이다. 조나단의 성은 '욤비'지만 친구들이 조나단을 '나단'이라고 부르며 지내는 모습 때문에 조나단의 성을 한국식인 '조'씨로 착각했다는 재밌는 일화다.

다소 엉뚱한 질문이지만 이 급식사는 오히려 온라인에서 이른바 '선입견 없는 한국인들'이라는 제목의 '짤'로 퍼져 화제가 됐다. '한국인=동양인'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피부색이 달라도 누구나 한국인이 될 수 있다는 개방적인 사고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짤'이 유행한다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피부색만으로 더이상 한국인을 규정하는 낡은 사고가 조금씩 자취를 감추는 추세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매우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로 비친다.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우리사회는 여전히 정서적·문화적으로 다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국내 누리꾼들은 대부분 유색인종으로 구성된 프랑스 대표팀을 향해 "언제부터 프랑스가 흑인국가였냐" 등의 인종차별적 조롱을 서슴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이 기본권 보장을 요구했다는 기사에는 "힘들면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차별적 댓글이 단골로 등장한다. 심지어 대구에서는 합법적인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장 앞에서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혐오 행위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총인구 중 이민 배경 인구가 4.3%에 가까워 다문화 사회 진입이 임박했다. 더군다나 인구절벽까지 맞이해 이민자들과 그 자녀들이 인구 유지에 기여하는 상황에서 다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런 현실에서 과거에 머물러 다문화를 배척하려는 시도는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를 근거로 다름을 포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양성이 인정되고 존중받는 조직이 우수한 성과를 보이듯,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다양한 배경의 선수를 기용해 우수한 성적을 낸 프랑스 축구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단일 민족이라는 폐쇄적인 생각을 버리고 새해에는 '선입견 없는 한국인'이 되는 것은 어떨까.

jaeha67@news1.kr